고용량 항생제, CD4+ 도움 T세포 '자멸사' 유도 확인
독일 뮌헨대 연구진, 저널 '셀 리포트' 논문
항원 반응 막는 'T세포 탈진', 어떻게 생기는지 알아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감염증) 관련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T세포는 인체 면역계의 핵심 요소다.

T세포는 바이러스, 암세포 등의 펩타이드 조각을 외부 단백질, 즉 항원으로 식별한다.

항원을 포착한 T세포는 곧바로 활성화해 다른 면역세포에 이를 알리고 직접 침입자 제거에 나선다.

T세포는 또한 동일한 항원이 다시 나타났을 때 더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면역 기억'에도 깊숙이 관여한다.

그런데 암, 에이즈, 간염 같은 만성 질환이 생겼을 때 같은 항원에 장기간 노출된 T세포는 원래 기능을 상실하는데 이를 'T세포 탈진'(T cell exhaustion)이라고 한다.

이렇게 탈진한 T세포는 바이러스 같은 항원 표적이 제거돼도 원상태로 회복되지 않는다.

암이나 감염증의 경우 PD-1 항체를 이용한 면역 항암제를 초기에 쓰면 탈진한 T세포가 다시 활성화기도 하지만, 오래된 환자에겐 효과가 없다.

면역치료의 큰 장애가 돼 왔던 T세포 탈진을 차단할 수 있는 실마리가 발견됐다.

T세포 탈진에 관여하는 전사 인자(유전자 발현 조절 단백질)의 작용 메커니즘을 독일 뮌헨대(공식명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뮌헨대') 과학자들이 규명했다.

이 대학 면역학 연구소의 라인하르트 옵스트 박사 연구팀은 최근 저널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관련 논문을 제출했다.

항원 반응 막는 'T세포 탈진', 어떻게 생기는지 알아냈다

15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T세포 탈진을 제어하는 것으로 알려진 Tox라는 전사 인자(transcription factor) 그룹에 주목했다.

이 가운데 한 전사인자가 킬러 T세포(T killer cell)를 탈진시킨다는 게 2년 전 학계에 보고됐다.

실험 결과 Tox 유전자를 제거하면 만성 감염증 환자의 킬러 T세포 탈진이 억제돼, 끈질기게 버티는 바이러스와 더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었다.

문제는 이렇게 탈진을 피한 T세포가 숙주 동물의 신체 기관을 공격할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일찍 사멸한다는 것이었다.

뮌헨대 연구팀은 항원 로드(발현량)에 맞춰 역동적으로 도움 T세포(T helper cell)를 조절하는 몇몇 메커니즘을 이번 연구에서 확인했다.

T세포는 표지 분자에 따라 CD4+ 도움 T세포와 CD8+ T세포로 분류하는데 옵스트 박사는 CD4+ 도움 T세포에 초점을 맞췄다.

가장 큰 T세포 부분 집합(subset)인 CD4+ 도움 T세포는 각각 다른 펩타이드 조각을 항원으로 인지한다.

형질 변경 생쥐에 양을 바꿔가면서 항생제 독시사이클린(doxycycline)을 투여했더니 T세포의 항원 발현 수위도 투여량에 따라 달라졌다.

옵스트 박사는 "이 방법으로 항원 생성량을 조절할 수 있었고, 이를 토대로 항원에 상응하는 도움 T세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항원 반응 막는 'T세포 탈진', 어떻게 생기는지 알아냈다

그 결과는 항생제 투여량에 따라 크게 엇갈렸다.

고용량 항생제를 쓰면 T세포가 스스로 죽는 프로그램 세포사가 진행됐다.

중간 용량에선 살아남은 T세포가 곧바로 기능을 상실했고, 저용량에선 수 주가 지나서 T세포 탈진 조짐이 나타났다.

하지만 항원을 제거하면 해당 T세포는 부분적으로 탈진 상태에서 회복한다는 게 후속 실험에서 밝혀졌다.

이는 도움 T세포가 놀랄 만한 수준의 가소성(plasticity)을 갖췄다는 걸 시사한다고 과학자들은 강조한다.

연구팀은 T세포 탈진을 일으키는 전사 인자의 억제 분자(물질)를 확인하는 걸 다음 목표로 정했다.

T세포의 전투력을 키워 암과 만성 감염증 등에 맞서 싸우게 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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