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보다 덜 받는 건 참아도 불공정은 못 참아"
"성과급 산출식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키면 될 일"

MZ세대, '공정'과 '원칙' 중요
SNS·커뮤니티 이용 능숙한 것도 무기
최근 대기업 직원들의 성과급 불만 사태를 촉발시킨 SK하이닉스. 사진=연합뉴스

최근 대기업 직원들의 성과급 불만 사태를 촉발시킨 SK하이닉스. 사진=연합뉴스

최근 SK(287,500 +0.70%), 삼성, LG(105,500 +0.96%)로 이어진 대기업 저연차 직원들의 '성과급 반란'은 '공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1980년대 후반~2000년대에 태어난 세대)로부터 촉발됐다는 시각이 많다.

이들은 회사를 '평생 직장'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에 공정하지 않거나 원칙에 반한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고위직 경영진이라도 참지 않고 명확하게 불만을 표시한다는 것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대기업 성과급 반란의 진원지인 SK하이닉스(126,000 +1.61%)는 입사 4년차 직원이 이석희 사장을 포함한 전 구성원들에게 공개적으로 항의 이메일을 보낸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이 직원은 "경쟁사 OO보다 성과급이 적은 부분은 이해할 수 있다"며 "그렇다면 모든 부분에서 SK하이닉스가 앞서는 'OOOOO', 'OOOOO'보다 성과급이 적은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썼다. 또 "성과급 지급 기준이 되고 있는 경제적 부가가치(EVA·Economic Value Added)의 산출 방식을 공개할 수 있다면 해달라"며 "불가능하다면 어떤 부분 때문에 공개하기 어려운지 궁금하다"고 했다.

이 회사의 다른 직원은 "SK하이닉스가 업계에서 기술 개발 등에서 선두가 아니기 때문에 직원들이 그 만큼의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며 "오히려 회사가 리쿠르팅(채용) 과정에서 지원자들에게 '경쟁사와 비슷한 규모의 성과급을 준다'는 등의 얘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일 '연봉 반납'을 선언하고, 이석희 사장이 다음날 사과를 표명하는 이메일을 전 직원에 보냈지만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오히려 관련 사안이 SK텔레콤(327,000 +0.31%) 등 다른 계열사로 옮겨붙었다.

SK텔레콤 노조는 전년보다 20% 정도 줄어든 지난해분 성과급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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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기업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SK에 가려 불만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81,200 +1.37%)는 반도체 사업 담당 DS부문은 연봉의 47%, 스마트폰 담당 IM 부문은 50%, 소비자 가전(CE) 부문에 속한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50%, 생활가전사업부는 37% 등으로 성과급을 지급한다고 최근 공지했다.

그러자 지난해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거둔 DS 부문 직원들은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불만이다. 가전 부문 직원들도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낸 것 치고는 성과급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반응이다.

LG그룹에서는 LG화학(831,000 -0.48%)에서 최근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이 들고 일어섰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기본급의 최대 400%, 생명과학 부문은 300%, 전지 사업 담당 LG에너지솔루션은 200%대 성과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부문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에 비해 보상이 적다는 게 전지 사업 담당 직원들의 불만이다.

MZ세대들이 사내 게시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 디지털 상에서 의견을 표출하고 이를 빠르게 공유하는 'IT기술'에 능하다는 점도 이번 성과급 사태가 재계 전반으로 급격히 퍼진 이유로 꼽힌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해 말 MZ세대 구직자 611명을 대상으로 '첫 직장에서 정년 퇴임을 목표로 하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61.5%가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0대의 63.9%가 첫 직장에서의 정년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답해 30대(48.4%) 보다 더 높았다. 첫 직장에서 정년까지 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구직자는 전체 응답자의 27.5%로 10명 중 3명이 채 되지 않았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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