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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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초반 여성 A 씨는 최근 1년간 교제하고 결혼식을 앞둔 남자친구의 부모님과 상견례를 마치고 결별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A 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렇게 말하면 욕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나이도 있다 보니 현실적인 것들도 감안을 안한 것은 아니었다"고 운을 뗐다.

A 씨는 "우리 집이 특출나게 부유한 집안은 아니지만 부모님은 모두 교직에 계시고 나도 교사다"라며 "조건이 좋은 남자를 바란 것은 아니고 우리 집과 비슷한 정도의 경제력, 안정적 수입, 평범한 성품을 원했다"고 했다.

소개팅을 통해 만남 남성 B 씨는 서울 명문대를 나오고 금융권에 재직 중이었다.

두 사람이 진지한 만남을 이어가면서 결혼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도 세우게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결혼식을 치르는 것이 어려워지자 혼인신고를 먼저 하고 식은 천천히 올리기로 합의했다.

A 씨는 "결혼 얘기가 오가면서 부모님은 어떤 일을 하시는지 서로 얘기를 하게 됐다"면서 "남자친구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소위 말하는 '사'짜 직업이다'라고만 말했다"고 전했다.

B 씨는 A 씨와 함께 있을 때 가끔 아버지와 통화를 하면서 "이제 법원 다니기 힘드시죠?" 식의 통화를 여러 번 했다.

A 씨는 "그래서 저는 남자친구의 아버지가 자연스럽게 변호사, 검사, 판사 이런 직종에 계시는구나 생각하게 됐고 나나 우리 집안이 마음에 안 드시면 어쩌나 고민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 A 씨가 "자기 부모님이 나 마음에 안 드신다고 하면 어쩌지?"라고 물으면 B 씨는 "둘 다 '사'짜 집안인데 뭐 그럴 리가 있겠어?"라고 답했다.

신혼집에 신혼살림을 들여놓으면서 이윽고 상견례를 하게 됐다. A 씨는 이 자리에서 남자친구가 말한 '사'짜라던 아버지의 직업이 버스 운전기사였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A 씨는 "결코 버스기사라는 직업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여태까지 1년간 '아버지는 사짜 직업이다'라고 얘기해 온 게 배신감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A 씨는 B 씨에게 "그동안 사건 처리니, 법원이니 하는 소리는 도대체 뭐였냐"고 물었고 B 씨는 "아버지가 운전하시면서 교통사고가 있었고 그걸 처리하려 법원 다녔는데 멀어서 힘들지 않냐고 물어본 것이다. 법조인이라고 네가 일방적으로 오해한 거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버스기사도 사로 끝나니까 '사'짜 직업이지 않냐. 결혼까지 약속했는데 이렇게 속물처럼 구냐. 내가 잘 벌면 되는 거 아니냐"고 오히려 불쾌해 했다.

A 씨는 "제가 속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남자친구도 속물이니까 그런 식의 대처와 말들을 한 게 아닌가"라며 "솔직히 정이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이 글에는 "저 남자 정말 불효자다. 아버지는 가정 부양하느라 힘들게 살아오셨을 텐데 아빠 직업 부끄럽다고 여자친구한테 '사'짜라고 거짓말해 온 거네", "버스 기사인게 잘못이 아니라 그걸 숨기고 정말 '사'짜 직업인 것 같이 법원이니 그런 말을 흘렸다는 것은 작정하고 속인 것이다", "버스기사는 소위 말하는 '사'짜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근데도 저렇게 말했다는 건 남자분도 아버지가 창피했나 보다" 등의 비판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두 사람이 아버지의 직업 문제로 파혼에까지 이르게 된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법알못 자문단 이인철 변호사에게 '부모님 직업을 분명하게 말하지 않은 사례'에 대해 도움말을 들어봤다.
"속았다" 결혼 취소 문의 의외로 많습니다.

이혼전문변호사 사무실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속았다고 하면서 혼인 취소를 원하는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속았다. 사기 결혼 당했으니까 결혼을 취소해 달라” 이렇게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혼인 취소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우리 판례도 엄격합니다. 다소 사실을 과장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혼인 취소 사유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연봉이 높다, 집안이 좋다” 정도의 말만 가지고는 혼인 취소 사유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판례는 ‘혼인을 결정할 만한 중요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기망한 경우’에만 혼인 취소를 인정합니다. 즉 구체적인 사실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기망한 경우에는 혼인 취소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력, 직업 등의 사유를 서류를 위조하는 방법 등으로 적극적으로 속인 경우에는 혼인 취소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서울가정법원은 "거짓으로 직업, 학력, 신혼집의 계약 상태 등을 알렸을 뿐만 아니라 사기로 수사 받고 재판이 진행 중인 사실조차 알리지 않은 행위는 혼인 여부의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실에 대한 기망행위로서 민법 제816조 3호에서 정한 혼인의 취소 사유인 '사기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때'에 해당한다"고 선고한 바 있습니다.

다른 사건에서 가정법원은 “학력, 가족 사항, 집안 내력, 경제력 등 혼인의사 결정의 본질적인 내용 전반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했고, 리로 인하여 착오에 빠져 혼인신고를 했다”고 보아 혼인 취소를 인정한 사건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례와 같이 본인의 학력이나 직업 등은 솔직하게 말했지만, 부모님 직업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기망한 것이 아니라 모호하게 말한 것을 직접적인 기망으로 볼 것인지, 혼인 취소 사유로 볼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아직 이런 것에 대한 명시적인 판례는 찾기 어렵지만, 그동안의 판례 경향과 실무의 태도를 고려하면 단지 이러한 사유만으로는 직접적인 혼인 취소 사유로 인정되기는 어렵다고 판단됩니다.

다만 이번 사례는 법적으로는 잘못한 것은 없지만 도의적으로 상대방에게 혼란을 일으킨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만약 상대방이 이것을 이유로 파혼을 요구하면 차라리 파혼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여부를 분명히 말하지 않은 사람과 책임을 묻겠다는 사람과는 결혼하더라도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결혼생활을 하면 여러 가지 온갖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고 배려할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례의 이 커플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시작부터 부모님의 직업문제로 갈등이 커지므로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먼저 사과하고 상대방도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결혼 전에는 상대방에게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숨기고 싶은 과거나 집안 배경이 있을 수 있더라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속은 사람도 힘들지만, 거짓말을 한 사람도 괴로울 것입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어떤 사람은 그것을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상대방이 그 사실을 듣고 싫다고 한다면 그 사람과는 인연이 아닙니다.

평생의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는 경우 가치관과 성격이 맞는 사람을 만나야 행복할 수 있습니다.

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출처: 이인철변호사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x9A9Q7CDIZ0

출처: 이인철변호사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x9A9Q7CDIZ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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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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