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 교민·국내 체류 외국인 `모국 방문' 포기 잇따라
엄격한 방역규제에…더 높아진 국경, 더 멀어진 고향길

"작년 추석까지만 해도 한국에 들어와 자가격리를 거쳐 조카들 얼굴을 봤는데, 이번엔 어디서 모이려 해도 5인 인원 제한에 걸리니 가 봤자 답답하기만 할 것 같네요.

"
15년 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로 이주한 이모(66)씨는 이번 설 연휴 귀국 계획을 취소했다.

매년 설과 추석 연휴에는 한국에 돌아와 친지들을 만났지만, 올해는 연휴 기간까지 전국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로 모임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13일 "한국 국민 상당수가 백신을 접종받을 올해 하반기에나 한국을 방문을 생각"이라며 "어서 다시 전처럼 모여 맛있는 고향 음식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 해외에 체류 중인 교민들의 귀국 포기가 잇따르고 있다.

각국에서 엄격한 검역·출입국 규제를 할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와 비수도권 2단계 등 강화된 방역수칙이 적용돼 모국 방문이 여의치 않다.

중국 상하이에서 20년째 사업을 하는 김모(54)씨도 이번 설에 한국을 찾지 못했다.

예년 같으면 명절 연휴를 비롯해 매년 서너 차례는 한국에 들어와 친지를 만났지만, 지난해 한국과 중국에서 입국자 격리 조치를 시행한 뒤로는 사업에 차질이 생길까 봐 귀국길에 오르지 못했다고 한다.

김씨는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한 번 출국했다가 입국한 뒤엔 반드시 검사를 받고 격리해야 한다"며 "친지는커녕 한국 대학에 다니는 두 자녀를 만나기도 어려워져 안타깝다"고 했다.

2009년 프랑스로 이주한 뒤 한 해에 한 번 정도는 명절에 맞춰 귀국하던 신윤경(44)씨도 올해 설에는 귀국하지 않기로 했다.

신씨는 "예전에는 한인교회에서라도 조촐히 명절 느낌을 냈는데 코로나 이후 행사가 모두 중단됐다"며 "그나마 한인회에서 떡을 나눠줘 가족과 떡국 맛이라도 볼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했다.

현지 한인사회에서도 모임 제한 조치로 설 행사를 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미국 시애틀 워싱턴주립대에서 유학 중인 배지현(25)씨는 "시애틀이 속한 킹 카운티에서도 한국처럼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져 한인사회나 한인 유학생 차원에서 명절 행사를 하지 못한다"고 했다.

배씨는 이어 "귀국하지 않는 대신 조만간 가족들이 미국으로 잠시 건너오기로 해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들도 설 연휴에 모국 방문과 한국 내 모임이 모두 어려워져 외로운 명절을 보내게 됐다며 울상이다.

2018년 초부터 대구의 한 대학에서 공부하는 중국인 A(22)씨는 "설 연휴 때는 대학이 방학 중이라 고향을 찾았는데, 이제는 한 번 다녀오는 일이 위험할뿐더러 양국에서 2주간 자가격리해야 하는 점이 번거로워 꺼려진다"고 했다.

A씨는 "연휴에 좋아하는 농구나 축구를 하려 해도 5명 이상 모일 수 없으니 안타깝다.

한국에 있는 친구 몇 명만 모여 고향 음식을 요리해 먹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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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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