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명 깃든 해남 금강산 우슬재, 달마산 미황사로 가자

'쉬엄쉬엄 걸으며 힐링'…"해남서 새해 기운 충전해보세요"
전남 해남에는 유난히 소와 관련된 지명이 많다.

전국 최대 경지면적을 가진 해남은 농업에 필수적인 소가 가장 중요하고, 친근한 가축이었기 때문일 거라 짐작한다.

해남의 너른 들판과 우뚝한 산세는 우직함의 상징인 소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를 남기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여행이 쉽지 않은 요즘, 생활 속 거리두기가 가능하며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해남의 힐링 여행지를 찾아 아쉬운 마음을 달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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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슬재 사연 깃든 금강산
우슬재(161m)는 옥천면에서 해남읍내로 넘어오는 해남에서 가장 높은 재로 과거 외부와 해남의 유일한 통로 역할을 해주던 고개이다.

이곳은 주변 산세가 소가 무릎을 꿇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어 우슬재(牛膝峙)라고 불린다.

해남의 관문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해남 사람들은 우슬재를 넘어오는 순간 비로소 고향에 돌아왔다는 편안함을 느낄 정도로 애환이 깃든 고개이다.

우슬재에는 해남사람들의 기질과 정서를 짐작게 하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해남은 토호 세력들의 세도가 드세어 현감이 부임해와도 제대로 다스리기가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현감이 많았다.

이때 풍수지리에 밝은 김서구가 현감으로 부임해 오면서 해남 사람들의 기를 꺾기 위해 우슬재를 석 자 석 치씩 깎아내렸다는 설화가 전한다.

우슬재는 금강산(481m)의 줄기인 만대산과 덕음산을 잇는 고개로 금강산에 올라가면 해남읍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해남읍의 진산(鎭山)인 금강산은 과거 해남팔경 중 3경이 금강산에 위치할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가지고 있는 산이다.

좌우로 길게 거느린 능선은 정상에 올라서면 장중한 맛을 느끼게 한다.

해남의 진산답게 깊은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이 금강곡을 이루며 동백숲을 이룬 계곡은 해남팔경의 하나로 꼽힌다.

해남군에서는 올해부터 3년간 금강산 일대에 총연장 34.26km의 둘레길을 조성하고 있다.

둘레길은 금강산, 만대산 일대 기존임도와 등산로 등 25.89km를 연결하고 미개설 구간에는 신설임도 8.37km가 조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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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황금빛 가득, 미황사와 달마고도
미황사(美黃寺)는 땅끝마을 가는 길의 달마산에 자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육지 가장 남쪽에 있는 사찰이다.

아름다운 황금빛 절, 미황사 창건설화에도 소가 빠지지 않는다.

미황사 사적비에 따르면 통일신라 때인 749년(경덕왕 8)에 석선(石船)이 달마산 아래 사자포구에 닿았는데 금인(金人)이 경전과 부처님상을 가져왔다.

그중 흑석이 저절로 벌어지며 검은 소 한 마리가 나타나더니 소에 경을 싣고 가다 소가 누웠다가 일어난 곳에 통교사를, 누워 일어나지 않는 곳에 경을 봉안한 미황사를 지었다고 한다.

미황사의 '미'는 소의 울음소리가 아름다워서 따온 것이고, '황'은 금인의 색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이러한 미황사 창건 설화는 불교의 남방전래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흔히 달마산은 삼황(三黃)의 미가 있다고 하는데, 삼황은 불상과 바위, 석양빛이 조화를 이룬 것을 말한다.

병풍처럼 늘어선 바위와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이 조화를 이룬 달마산에는 2017년 달마고도가 개통했다.

달마고도는 17.74km에 이르는 달마산 둘레길로, 본래의 자연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기계를 쓰지 않고 돌 하나하나를 지게로 날라 사람의 손으로 만들었다.

공룡의 등뼈 같은 바위암릉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앞으로는 다도해의 전망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땅끝 사람들이 장에 가기 위해 넘었던 옛길이자 달마산 12개 암자를 잇는 수행의 길을 새로 단장해 개통했다.

땅끝의 아름다운 생태가 그대로 살아있고, 미황사를 비롯한 달마산 곳곳에 숨은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어우러져 세계적인 순례길인 산티아고에 비견되고 있다.

'쉬엄쉬엄 걸으며 힐링'…"해남서 새해 기운 충전해보세요"
2017년 11월 개통 이후 18만여 명의 국내 워킹족이 다녀간 것은 물론, 재방문율도 높아 도보여행의 명소로서 위상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반도가 시작되는 곳, 땅끝 해남에서 소의 해 기운을 가득 받아 건강한 새해를 맞는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