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째 아들 얼굴 못 본 어머니 "마지막 면회 모습 눈앞 맴돌아"
자원봉사 발길 끊기고 기부 물품도 '뚝'…시설 내 분위기도 침울
"이번 설엔 상봉 기대했는데"…장애인 가족들의 우울한 설맞이

서울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이모(70)씨는 이번 설이 유독 버티기 힘든 시간이다.

가족이 한데 모여 정을 나누는 시간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장애인복지시설서 생활하는 아들을 볼 수 없어서다.

뇌전증을 앓는 그의 아들은 벌써 4년째 충북의 한 복지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사회복지사의 도움 없이는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다 보니 영상통화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빠듯한 형편에도 틈틈이 아들을 찾아 안부를 살피고 말벗이 돼주던 그는 지난여름 이후 면회가 금지되면서 8개월 넘게 아들 얼굴을 보지 못했다.

이씨는 1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아들이 부침개를 너무 좋아해 명절이 되면 유독 눈에 밟힌다"며 "이번 설에는 좋아하는 음식을 한가득 챙겨 들고 면회 갈 계획이었는데, 그러지 못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6월 유리창 너머로 아들을 본 게 마지막"이라며 "당시 온몸으로 반가움을 표현하던 아들 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말끝을 흐렸다.

"이번 설엔 상봉 기대했는데"…장애인 가족들의 우울한 설맞이

5인 이상 집합금지와 이동자제 권고 등으로 명절 분위기가 썰렁해졌지만, 가족과 떨어져 복지시설 등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의 설맞이는 더욱 쓸쓸하다.

예년 같으면 가족 방문 등으로 온기가 돌 시기지만, 이번 설은 적막하기 그지없다.

코로나19 방역이 강화되면서 노래를 불러주거나 말동무 역할을 하던 자원봉사자 발길도 뚝 끊긴 상태다.

제천의 한 장애인복지시설 관계자는 "평소 같으면 사회단체나 민간 공연단 등이 찾아와 여러 가지 공연을 하고 원생들에게 웃음도 줬는데, 작년 추석에 이어 또다시 쓸쓸한 명절을 맞게 됐다"며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명절 때 들어오던 기부 물품도 자취를 감춰 원내 분위기가 더욱 우울하다"고 말했다.

그는 "원생들의 얼굴에는 실망한 표정이 역력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를 막는 게 급선무인 만큼 내부방역에만 신경 쓰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충북에는 장애인생활시설 89곳이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만 1천800명에 이른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로 가족조차 만나지 못하는 '이산'의 아픔이 길어지고 있다.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들이 하루종일 좁은 병실에 갇혀 지내다 보니 우울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청주 장애인시설의 사회복지사 박모(40)씨는 "보통 명절 때면 입소자의 70%가량이 가족 손에 이끌려 집에 갔는데, 외출은커녕 면회까지 막혀 시설 분위기가 우울하다"며 "조금만 더 참자고 다독여줄 수밖에 없다는 게 안타깝다"고 전했다.

방역당국은 감염병에 취약한 장애인생활시설의 바이러스 침투를 우려해 외부인 면회를 전면 금지했다.

충북도 역시 지난해 3월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노인복지관·장애인복지관·사회복지관에 외출과 면회를 제한하고 있는 상태다.

도 관계자는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려면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게 최선"이라며 "곧 백신접종이 시작되면 상황이 지금보다는 나아지지 않겠냐"고 기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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