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액영복' 연 날리고 부적 쓰며 묵은해 잡귀 없애는 나례
한국국학진흥원 웹진 2월호에 담아
"물러서거라 코로나 액운"…선조들 섣달그믐 재액 막기는
"물러서거라, 코로나 액운아!"
한국국학진흥원이 '재액(災厄) 피하기'라는 주제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2월호를 펴냈다.

우리 선조가 음력 설날이 있는 정월에 한 해 액운을 막기 위해 한 나례(儺禮), 부적(符籍), 처용무(處容舞), 시초점(蓍草占), 연(鳶)날리기 등을 알아보려고 이를 기획했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묵은해 재액을 올해 신축년에는 다 함께 물리쳐보자는 뜻도 담았다.

9일 웹진 담 2월호에 따르면 곽재식 작가의 '재액을 먹는 괴물, 방상씨와 매귀 풍습'에 한자어로 매귀(埋鬼)라고도 쓰는 '매구'는 설 무렵 농악을 울리며 복을 비는 민속 행사이다.

16세기 초에 출간한 용재총화에서는 매귀를 '귀신을 때려 내쫓는다'는 뜻인 방매귀(放枚鬼)로 쓴다.

그리고 방매귀가 궁중에 방상씨(方相氏) 놀이와 관련이 높은 것으로 설명한다.

방상씨는 고대 중국 사람들 주술 의식에 등장했다.

대체로 눈이 네 개 형상인 가면을 쓰고 귀신을 쫓는 사람을 일컫는다.

한 해 맨 마지막 날에 어린아이 수십 명에게 붉은 옷을 입히고, 붉은 두건을 씌워 궁중으로 들여보내는 것이 행사 시작이다.

설날 새벽이 되면 방상씨 가면을 쓴 사람이 나와 관상감(觀象監)에서 준비한 북과 피리를 연주해 붉은색 차림 어린아이들을 쫓아내는 조선시대 신년 음악회인 셈이다.

오늘날 거의 잊혀 고성 오광대와 같은 민속놀이 탈춤 정도에서나 그 명맥을 찾아볼 수 있다.

19세기 기록에는 매귀가 볼품없는 선비, 할머니 같은 사회 약자들이 힘을 합쳐 악운을 쫓아내는 모습이다.

권숯돌 작가 '이달의 일기-어루 액이야'에서는 역병이 기승을 부리는 조선 시대에 묵은해 잡귀를 없애기 위한 궁중 나례를 배경으로 위용 넘치는 처용과 방상씨 탈을 쓴 광대를 왕이 관람하며 재액을 물리치길 바란다.

또 지방마다 공동으로 부적을 만들어 마을 사람에게 돌린다.

정월 초하루에는 연(鳶)에 '한 해 나쁜 재액을 실어 보내고 복을 맞는다'는 뜻인 송액영복(送厄迎福)을 써서 날리는 풍경들을 만화로 소개한다.

시나리오 작가 홍윤정은 '문제는 귀신이 아니야!'에서 귀신보다 사람이 무섭지만, 그런 사람을 구해주는 것도 사람이다는 말을 전달한다.

영화 '궁합' 주인공인 송화옹주는 궐에서 자신이 태어날 때 죽은 생모(후궁)로 인해 재수 없는 사주를 타고나 궐 밖에서 컸다.

그 사주 때문에 액막이로 다시 입궐하여 액운을 물리친다는 팥과 은행을 짜낸 물로 강제 목욕해야 했다.

드라마에도 액막이 행사인 나례를 보여준다.

'해를 품은 달'에 처용 가면을 쓴 훤이 연우에게 고백하는 장면, 드라마 '이산'에는 폭약을 설치해 정조를 해하려는 장면을 들 수 있다.

이번 호 웹진 편집장을 맡은 이수진 뮤지컬 작가는 "재액을 막으려고 신분도, 나이도, 성별 차이도 없이 모여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며 "어쩌면 액운이란 것은 단순히 즐거움 반대편 정도에 자리 잡은 어두운 기운일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