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과 무관심에 멍드는 입양
입양을 준비하던 이모씨(41)는 최근 마음을 바꿨다. 이씨는 “입양 가족을 이상하게 보는 시선을 견딜 자신이 없다”고 했다. 입양 아동이 학대를 받다가 숨진 ‘정인이 사건’ 이후 부모·친척 모두가 그를 말렸다.

10일 입양가족연대 등 주요 입양기관에 따르면 이씨처럼 입양 결정을 번복하거나 미루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입양이 크게 줄고 있다. 한국은 혈연을 중시하는 정서 때문에 외국에 비해 입양 희망자가 많지 않다는 게 입양기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이른바 정인이 사건으로 입양 의사를 밝혔다가 발길을 돌리는 사례도 빈번해졌다.

입양을 준비 중인 유모씨(49)는 “지난해 7월부터 법원의 아동입양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며 “입양기관에선 ‘정인이 사건의 여파로 이달도 진행이 어려울 테니 마음을 비우라’고 했다”고 말했다. 통상 입양절차는 5개월 안팎이면 끝나지만 정인이 사건 이후 이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국내 입양 아동은 줄어드는 추세다. 2011년 1548명이던 국내 입양 아동은 2019년 387명으로 감소했다. 한 입양기관 관계자는 “과거에는 결혼하면 ‘반드시 아이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최근에는 비혼족과 딩크족(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이 늘며 이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이 줄었다”며 “한국 사회에서 입양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편견과 무관심에 멍드는 입양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입양 시스템 전반이 더 위축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정을 잃은 아동이 보호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입양”이라며 “정인이 사건의 본질은 입양보다 아동학대”라고 말했다. 2019년 발생한 아동학대 3만45건 중 입양가정에서 일어난 사건은 0.3%(84건)에 불과했다. 정 교수는 “정인이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이 아동학대보다는 입양 가정에 맞춰지면서 편견이 더 커지고 있다”고 했다.

정지은/김남영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