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무분별 유통되는 건강정보에 허위·과장 많아…사실 확인 노력해야

"구강의 독소는 폐암을 일으키고, 심장에 들어가면 온몸으로 퍼져 몸 전체에 온갖 질병과 암을 유발합니다.

(이를 막으려면) 양치질을 혓바닥의 색이 빨갛게 변할 때까지 계속해야 합니다"
다소 섬뜩하기까지 한 이 글은 요즘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암과 양치질'(Cancer and Brushing)이라는 제목의 문장 속에 들어있는 내용이다.

구강에서 번식한 세균이 위암과 폐암은 물론 심장 건강까지 해치는 만큼 매일 아침에 일어나 양치질을 하되, 빨갛게 혓바닥의 색이 변할 때까지 칫솔로 계속 문지르고, 양치 후에는 물 350㏄ 정도를 꼭 마시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 글의 저자는 서울대학교 치과병원 김모 교수로 돼 있다.

대학병원의 구강건강 전문가가 직접 쓴 건강정보라고 하니, 많은 사람이 사회관계망(SNS) 등을 통해 이 글을 퍼 나르며 공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길원의 헬스노트] 서울대 교수가 썼다는 건강정보, 알고보니 '가짜'

하지만, 해당 글을 쓴 것으로 알려진 김 교수는 기자에게 이 글이 '가짜'라고 했다.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미 몇 년 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본인을) 사칭한 가짜 글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인터넷에서는 아직도 이 내용이 나돌고 있다"면서 "(내가 쓴 글이 아닌 만큼) 그 이상 따로 드릴 말씀은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 글에 들어있는 내용은 사실일까.

글 자체가 가짜라는 입장인 김 교수는 이에 대해서는 의견을 내놓지 않겠다고 답했다.

다만, 대다수 전문가는 대부분의 내용이 근거가 없거나 부족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심지어는 이 글을 따라서 하다가는 구강 건강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우선, 해당 글에 적힌 것처럼 암 발생의 원인이 구강 내 세균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경희대 치과병원 구강내과 전양현 교수는 "구강 관련 암은 세균 등 미생물에 의한 감염과는 상관이 없는 세포 등 미세조직의 비정상 증식으로 나타난다"면서 "암 발생의 원인이 구강 내 세균이라는 전제 자체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치과병원 치주과 고영경 교수도 "구강 내 세균 구성과 암과의 상관관계에 관한 여러 보고가 있지만, 암이 구강에서 비롯된다고 하는 것은 과장도 아닌 거짓"이라며 "특히 구강과 위는 무척 다른 환경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구강 세균은 건강한 위장관에서 살아남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또 "구강은 세균이 없을 수 있는 공간이 아닌 만큼 (세균의) 양, 상재균(commensal)과 병원균의 구성비가 더욱 중요하다"면서 "양치질의 경우도 아침 일찍 보다는 취침하기 직전에 함으로써 구강 위생을 확실히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은영규 교수는 "지금까지 구강 관련 암을 일으키는 요인으로는 흡연과 지나친 음주 이외에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문가들은 양치질할 때 혓바닥의 색이 변할 때까지 칫솔로 계속 문지르라는 것도 잘못된 정보라고 꼬집었다.

전양현 교수는 "혀는 다양한 자극에 항상 노출돼 있어서 스스로 보호하는 설유두가 있는데 양치질로 인해 빨간색으로 변했다고 하는 것은 오히려 염증의 초기로 봐야 한다"면서 "이렇게 되도록 양치질을 하면 구강 건강에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영경 교수는 "치아를 닦는 것과 함께 혀도 닦아주면 좋겠지만, 혀의 상태에 따라 붉게 보일 수도 있고 안 보일 수도 있는 만큼 빨갛게 변할 때까지를 목표로 하면 자칫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설태가 더는 제거되지 않을 때까지 닦되 절대 세게 닦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희대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이정우 교수는 "세균이 구강암을 일으킨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으므로 아침에 일어나 양치질을 하는 것이 구강암을 예방한다는 것은 잘못된 지식"이라며 "구강암을 예방하려면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며, 치과 치료가 필요할 때는 치과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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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SNS 등을 통해 접하거나 인터넷에 유통되는 건강정보에 대해서는 어렵더라도 반드시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권고한다.

또 명의를 도용 또는 사칭 당한 기관이나 전문가가 직접 나서 사실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국민건강을 위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건강학회 윤영호 이사장(서울의대 교수)은 "요즘 SNS를 통해 공유되는 건강정보 중에는 출처가 명확하지 않고, 과학적 근거도 확실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편"이라며 "잘못된 건강 행위를 무심코 따라 하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만큼 섣불리 따라하기보다는 반드시 전문가에게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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