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관행' 주장에 "과거 있었더라도 타파돼야"

현 정부에서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불법적으로 사표를 받아내고 사전에 점찍은 인사들을 부당 채용했다는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사실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김선희 임정엽 권성수 부장판사)는 이날 업무방해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부분 유죄로 인정했다.

◇ 법원이 인정한 '블랙리스트 백태'
재판부는 먼저 김 전 장관이 환경부 공무원과 산하 공공기관 직원들에게 공공기관 임원들의 사표를 받아내라고 지시했다고 인정했다.

사표를 받아낼 대상은 총 15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12명은 압력에 못 이겨 사표를 냈다.

1명은 협의 끝에 자리를 보장받고 물러났다.

특히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김모 씨가 사표를 내지 않자 김 전 장관은 김 씨에 대한 표적 감사를 지시하고, 사표를 내지 않으면 불이익을 줄 것처럼 압박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결국 사표를 냈다.

청와대와 환경부가 몫을 나눠 특정 인사들을 공공기관 임원으로 내정하고,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이 공무원들에게 내정자들이 임명되도록 지원하라고 지시한 것도 사실로 인정됐다.

환경부 운영지원과 공무원들은 내정자들에게 연락해 환경부 내부 자료를 제공해주는 등 '사전 지원'을 했고,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 위원인 환경부 실·국장들은 심사에서 내정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현장 지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 공무원이 아닌 임추위 위원들은 이처럼 특정 지원자가 환경부의 지원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지원자들을 심사했다.

내정자가 아닌 지원자들도 내막을 알지 못했다.

환경공단 상임감사로 내정된 박모 씨가 서류 심사에서 탈락하자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서류 합격자 7명 전원을 면접에서 '적격자 없음'으로 탈락시킨 것으로 인정됐다.

김 전 장관은 박씨가 채용되도록 지원하라는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한 공무원을 좌천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이후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이 주주인 회사 대표이사로 선임되는데, 이 과정에서도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의 지시를 받은 공무원들이 움직였다.

◇ 법원 "이런 계획적·대대적 사표 요구 관행 없어"
재판부는 이날 법정에서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김 전 장관 측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전 장관 측은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자격 있는 내정자들을 지원할 필요성이 있었으며, 전 정권에서도 사표를 종용하거나 내정자를 지원하는 것이 관행이었다고 항변했다.

이에 재판부는 "정부산하기관 관리기본법이 2003년 제정·시행된 후 이 사건처럼 계획적이고 대대적인 사표 징구(徵求·내놓으라고 요구함) 관행은 찾아볼 수 없다"며 "이전 정부에서도 같은 행위가 있었더라도 이는 명백히 법령에 위반되고 폐해도 매우 심해 타파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장관은 또한 사표 종용이나 내정자들에 대한 지원이 모두 환경부 공무원들이 알아서 한 것이며 표적 감사와 보복성 인사는 없었다고도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피고인이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채 모든 책임을 자신을 보좌했던 공무원들에게 전가한다"고 질타했다.

이는 김 전 장관에게 불리한 양형 요소로 반영됐다.

특히 재판부는 "공공기관 임원 임명의 적정성과 공정성을 해쳤다"며 "간절한 소망을 가지고 임원 공모에 지원한 지원자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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