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김태우 전 수사관 폭로로 수사…장관·靑비서관 기소
文정부 전·현직 장관 첫 구속…법정공방 계속될 듯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자리에 친정부 인사들을 앉히기 위해 전임자들에게 사표를 받아냈다는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법원의 1심 판단이 전직 장관의 법정 구속으로 마무리됐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사건의 1심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김선희 임정엽 권성수 부장판사)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함께 기소된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는 2018년 12월 처음 관련 의혹이 불거진 이래 약 2년 2개월 만이며, 김 전 장관이 한 차례 구속 위기를 넘긴 지 1년 11개월 만이다.

◇ 김태우 전 수사관 폭로로 촉발
이 사건이 처음 세간에 알려진 것은 청와대 특별감찰반에서 근무하다가 비위 의혹으로 검찰에 복귀한 김태우 전 수사관이 2018년 말 특감반과 관련한 각종 의혹을 폭로하면서다.

김 수사관의 폭로로 환경부가 2018년 1월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을 작성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한 사실과 그 문건의 내용이 국회에서 공개됐다.

이 문건에는 환경부 산하 기관 임원들의 임기와 사표 제출 여부 등이 담겼고, 상단에 '한국환경공단 외에는 특별한 동의나 반발 없이 사퇴 등 진행 중'이라고 적혀 있었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이 문건을 친정부 인사들을 자리에 앉히기 위한 '블랙리스트'라고 규정하며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고발장을 접수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2019년 1월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을 압수수색하고, 같은 해 2월 김 전 장관을 피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어 3월에는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장관은 당시 이미 현직 장관 신분이 아니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 가운데 처음 구속 기로에 섰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폭로 2년2개월만에 유죄 선고

◇ 이례적인 법원 '중간 판단'…수사 검사 좌천 후 사의
법원은 "객관적인 물증이 다수 확보돼 있고 피의자가 이미 퇴직함으로써 관련자들과 접촉하기 쉽지 않게 된 점에 비춰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특히 법원은 이례적으로 "일괄적으로 사직서를 청구하고 표적 감사를 벌인 혐의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과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인해 공공기관 인사 및 감찰권이 적절하게 행사되지 못한 사정이 있다"며 구체적인 영장 기각 사유를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법원의 '중간 판단'에 수사는 위축됐고, 검찰은 이후 구속영장 재청구 없이 그해 4월 말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을 기소하면서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했다.

신 전 비서관은 기소되기 직전 사임했다.

당초 수사선상에 오르지 않았던 신 전 비서관의 혐의를 밝혀 기소했지만, 자유한국당이 고발했던 환경부 차관과 감사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 등의 혐의는 드러나지 않았다.

이 사건을 수사했던 주진우(46·사법연수원 31기) 당시 부장검사는 같은 해 8월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으로 사실상 좌천되자 사의를 표하고 물러났다.

◇ 文정부 전·현직 장관 중 첫 구속
구속을 면한 김 전 장관은 재판에서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자리에 내정자를 정하지 않았고, 내정자들에게 미리 면접 질문을 알려주는 등 각종 지원을 한 것은 모두 환경부 공무원들이 알아서 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검찰과 김 전 장관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법원의 심리는 길어졌다.

기소부터 1심 판결 선고까지 총 1년 10개월이 소요됐으며 이 기간에 공판과 공판준비기일을 더해 22차례의 재판이 열렸다.

재판부는 당초 이달 3일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었으나 '법리 검토'를 이유로 선고 기일을 이날로 미루는 등 고심을 거듭한 끝에 김 전 장관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김 전 장관은 법정 구속되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전·현직 장관들 중 구속되는 첫 사례가 됐다.

그러나 이 사건은 피고인들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며 유·무죄를 다투는 만큼 확정될 때까지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 전 장관의 변호인은 판결 선고 직후 "항소심에 잘 대응하겠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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