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사진=하버드대 로스쿨 공개 동영상 캡처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사진=하버드대 로스쿨 공개 동영상 캡처
하버드 학부 한인 유학생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라고 표현한 존 마크 램지어 교수를 규탄했다.

5일(현지 시각) 하버드대 학부 한인 유학생회는 성명서를 통해 "램자이어(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잘못된 전제에서부터 시작됐다"며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아픔을 일본 정부가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결함투성이 주장을 내세운다"고 했다.

이어 "역사 왜곡으로 점철된 이 논문은 하버드라는 권위를 달고 학술지에 실릴 예정"이라면서 "가해 역사를 부정하면서 법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일본 정부와 일본 극우 세력의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이 논문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유학생회는 "해당 교수의 관점은 이미 수많은 학술적인 근거에 의해 반박되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시점에서 램자이어(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새로운 연구 결과가 아닌 시대를 역행하는 의도적인 역사 왜곡으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학생회는 "우리 하버드대 학부 한인 유학생회는 이 사태에 대해 행동을 취할 사명감을 느끼며 우리 민족이 겪은 아픔을 잊지 않을 것이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했다.

램지어 교수는 어린 시절을 대부분 일본 남부 도시들에서 지냈으며, 로스쿨에 입학하기 전에는 일본 역사를 공부했다. 또 그는 지난 2018년 일본 정부로부터 훈장인 '욱일중수장'을 받았다.

욱일중수장은 일본 정부가 공로를 쌓은 일본인·외국인 등에 수여하는 욱일장 가운데 하나이다. 전체 6등급 훈장 중 3등급에 해당한다. 당시 일본 정부는 램지어 교수가 "일본 사회와 문화를 향한 이해 및 홍보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훈장을 수여했다.

하버드 로스쿨 대학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램지어 교수의 공식 직함은 '미쓰비시 일본 법학 교수(Mitsubishi professor of Japanese legal studies)'로 표기돼 있다. 미쓰비시는 대표적인 일본 전범기업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램지어 교수는 올해 3월 발행 예정인 '인터내셔널 리뷰 오브 로 앤 이코노믹스'에 일본군 위안부가 당시 정부 규제 하에서 인정된 국내 매춘의 연장선상에서 존재한다는 견해를 담은 논문을 게재한다.

램지어 교수는 논문에서 조선인 위안부와 일본인 위안부가 모두 공인된 매춘부라고 주장한다. 이어 위안부는 일본에 의해 납치돼 매춘을 강요받은 '성노예'가 아니라는 주장도 펼친다.

램지어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일본 내무성은 매춘부로 일하고 있는 여성만 위안부로 고용할 것을 모집업자에게 요구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관할 경찰은 여성이 자신의 의사로 응모한 것을 여성 본인에게 직접 확인함과 더불어 계약 만료 후 즉시 귀국하도록 여성에게 전하도록 지시했다고 논문에 서술했다.

램지어 교수는 일본 정부나 조선총독부가 여성에게 매춘을 강제한 것은 아니며 일본군이 부정한 모집업자에게 협력한 것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여성이 수십 년에 걸쳐 매춘시설에서 일하도록 속인 조선 내 모집업자에게 있다는 것이 램지어 교수의 설명이다.

또 위안부의 경우 멀리 떨어진 전쟁터에서 일하므로 위험이 큰 점을 반영해 계약 기간이 2년으로 짧은 것이 일반적이었고 위안부가 높은 보수를 받았다고 램지어 교수는 기술했다.

김정호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