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탄희 의혹 제기로 촉발…대법원 3차 조사·검찰 수사
양승태 등 전·현직 판사 14명 기소…6명 1심 무죄
초유의 법관 탄핵소추 부른 '사법농단'…3년째 재판

헌정사상 최초로 판사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당사자인 임성근(57·사법연수원 17기) 부산고법 부장판사를 포함한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의 재판에 관심이 쏠린다.

사법부를 벼랑 끝 위기로 내몬 사법농단 사태는 2017년 2월 이탄희 전 판사의 인사발령 취소를 계기로 촉발돼 2018년 11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시작으로 14명의 전·현직 판사를 재판대에 세웠다.

이 가운데 6명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항소심이 진행 중이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8명은 아직 1심도 끝나지 않아 진실 규명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 임성근 혐의는…'박근혜 7시간 행적'과 관련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탄핵 소추된 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던 2015∼2016년 몇몇 재판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2019년 3월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개입한 재판 중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加藤達也·50)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과 관련한 논란이 가장 컸다.

가토 전 지국장은 2014년 8월 3일 산케이신문 인터넷판에 게시한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났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박 대통령의 사생활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임 부장판사가 2015년 3월 가토 전 지국장 사건 재판장에게 세월호 사고 당일 박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관한 기사가 허위로 확인되면 판결 선고 전이라도 기사의 허위성을 밝혀달라는 법원행정처의 요청을 반영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 임 부장판사에게 이 같은 요청을 전달하고 임 부장판사가 이를 재판장에게 전했다고 보고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던 상고법원 도입에 청와대의 협조를 받기 위해 임 전 차장과 임 부장판사가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초유의 법관 탄핵소추 부른 '사법농단'…3년째 재판

임 부장판사는 또 2015년 8월 대한문 앞 집회 과정에서 경찰관을 다치게 한 혐의(체포치상)로 기소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의 판결문을 수정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원정도박 혐의를 받은 프로야구 선수 임창용·오승환씨를 정식재판에 넘기려는 재판부 판단을 뒤집고 약식명령으로 사건을 종결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 이탄희가 알린 의혹…이듬해 '재판거래' 드러나
초유의 판사 탄핵소추를 부른 사법농단 사건은 2017년 2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기획2심의관으로 발령된 이탄희 전 판사가 원소속인 수원지법으로 복귀하면서 시작됐다.

이 전 판사는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이 추진한 상고법원 도입에 비판적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열기로 한 학술대회를 견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이를 따르지 않아 인사 발령이 취소됐다는 의혹이 일었다.

양승태 사법부는 이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였으나 내부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았고,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한 뒤 이뤄진 2차 조사 결과가 2018년 1월 발표되면서 판사 동향 파악 문건이 공개됐다.

김 대법원장은 같은 해 2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을 꾸렸고, 2018년 5월 3차 조사 결과를 통해 광범위한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가 세상에 드러났다.

주요 내용은 특정 학술단체의 활동에 부당하게 개입하거나, 각급 법원 판사들의 자치활동을 사찰하고, 특정 법관의 성향을 파악해 대응책을 마련한 것 등이다.

양승태 사법부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 정부와 거래할 의도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사건 등 각종 재판에 부당하게 관여하려던 정황이 각종 문건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이후 2018년 11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가장 먼저 재판에 넘겨졌고, 2019년 2월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이, 같은 해 3월 전·현직 판사 10명이 기소됐다.

초유의 법관 탄핵소추 부른 '사법농단'…3년째 재판

◇ 3년째 재판 중…14명 중 8명은 1심도 못 끝내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사법농단 재판에서 가장 먼저 법원의 판단을 받은 건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다.

재판부는 재판 문건을 작성하게 한 혐의는 증거 불충분으로, 검토보고서 유출 혐의는 공공기록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2019년 1월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에도 법원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법리 등을 들어 전·현직 판사 5명에 대해 줄줄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먼저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와 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조직적인 공모를 인정하지 않았고, 이들이 수사 관련 내용을 법원행정처에 유출한 것도 정당한 직무상 행위로 판단했다.

이 전 법원장의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와 관련해서도 공소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고, 영장 사본을 행정처에 보고하도록 했더라도 이는 정당한 업무이므로 직권남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임 부장판사의 혐의에 대해서는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지적하면서도 역시 직권남용죄는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초유의 법관 탄핵소추 부른 '사법농단'…3년째 재판

신 전 수석부장판사 등의 사건은 최근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나왔고, 유 전 연구관은 이날 오후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전 법원장은 내달 항소심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나머지 8명은 아직 1심 선고조차 받지 못했다.

심상철 전 서울고법 원장과 이민걸 전 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방창현 대전지법 부장판사는 최근 1심 변론이 종결돼 오는 18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임 전 차장,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은 기소된 혐의가 많고 쟁점이 복잡해 아직 1심이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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