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으로 오는 4월 보궐선거에 무공천 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보궐을 준비하던 정의당 인사들이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민주당 성추문으로 보궐이 진행되는 가운데 정의당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취지다.강은미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준비하던 권수정 서울시의원,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준비하던 김영진 부산시당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월 보궐 무공천 방침'을 밝혔다. 서울·부산 보궐 준비하던 후보들 불출마강은미 위원장은 "후보를 내지 않는 것에 대해 많은 논의와 고민이 있었다"며 "기득권 정당의 몰염치하고 무책임한 구태정치를 극복해야 할 역할과 책임이 진보정당인 정의당에 있고, 아울러 이번 사건의 당적 책임에 비추어 볼 때 보다 근본적인 방식으로 국민께 속죄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이어 "이번 결정은 고통스럽고 뼈아픈 것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의당은 무공천을 통해 정치적인 책임을 다하기로 결정했다. 국민들께 약속드린 대로 성찰과 쇄신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권수정 시의원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인한 시장 궐위로 인해 시작됐다"며 "저와 정의당은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민주당이 국민과의 약속대로 후보를 출마시키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책임지고 출마하면 안 된다 지속적 주장"그는 "그러던 중 정의당 대표에 의한 성추행 사건이 있었다. 정의당은 즉각 당대표의 직위해제와 제명을 결정하여 피해자의 존엄과 생존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그리고 그 책임의 연장에서 어제 보궐선거 후보 불출마를 결정했다"고 강조했다.김영진 위원장은 "부산 정의당은 보궐선거가 민주당 소속 전 시장의 성 비위 때문에 벌어진 일이고, 민주당은 책임을 지고 출마하면 안 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며 "그런 상황에서 정의당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터졌다"고 전했다.이어 "이 사건으로 정의당은 출마할 명분도 자격도 잃었다. 민주당을 그렇게 비판해놓고 출마하는 것은 염치없는 짓"이라며 "당원들을 더 부끄럽게 할 수 없다. 어제 당의 전국위원회 결정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부산시장 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한다"고 했다.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정의당 무공천 관련 질문엔 말 아껴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우상호 예비후보는 4일 이낙연 대표와 함께 이태원을 찾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입은 상권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박 후보는 간담회에서 "이렇게라도 버텨주셔서 감사하다"며 "정부의 집합금지, 영업제한에 응해주셨기 때문에 그에 따른 지원을 해드리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이어 "제가 서울시 행정을 담당하게 되면 1조원 기금을 마련해 2천만원까지 무이자로 임대료를 대출해드리는 등 추가적 정책을 할 예정"이라며 "집합금지로 생계가 유지되지 않으면 100% 보상을 못해줘도 일정 부분 해줘야 한다.지자체와 정부가 반씩 나눌 수도 있다"고 말했다.우 후보는 "불투명한 전망이 가장 답답할 것이고 영업을 재개하더라도 손님이 올까 하는 두려움이 있을 텐데, 서울시장이 되면 도와드려야 하는 것이 그것"이라며 "응급 지원은 지원대로 하고, 지속 가능하게 영업할 수 있는 일을 기획해보겠다"고 말했다.우 후보는 "이태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덜어내고 옛날처럼 북적거리게 하는 일이 초기에 서울시와 지자체가 손 잡고 할 일"이라며 "방역 상황이 회복된다는 전제하에 이벤트를 여는 등 이태원부터 '붐업'하는 것을 의논하겠다"고 설명했다.이날 이태원 상인들은 골목에서 "더이상 못 버티겠습니다.살려주세요", "현실적인 보상만이 살 길", "마녀사냥당한 이태원을 재난지역으로 선포해주세요"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했다.유태혁 이태원 상인연합회장은 "솔선수범해 방역에 힘쓴 업주들이 대부분이지만 돌아온 것은 집합금지"라며 "이태원은 유령 도시로 전락해버린 최악의 재난지역"이라고 말했다.이 대표는 "재난지원금에 사각지대가 많다"며 "지원을 받아야 할 분들이 받지 못하는 제도의 모순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이 대표는 줄곧 침통한 표정으로 "저를 포함한 정부 여당 사람들이 현실을 충분히 알고 있는지, 정책이 좀 떠 있는 것 아닌지 반성을 많이 하고 있다"며 "현실을 보니 자괴감이 앞선다.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했다.한편 박영선·우상호 후보는 간담회를 마친 뒤 정의당의 무공천 방침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박 후보는 "제 생각은 있지만 당의 결정에 따라야 하는 입장"이라고, 우 후보는 "공천 여부 결정은 당 지도부가 하는 것"이라고 각각 말했다./연합뉴스
정의당이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파문으로 오는 4월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하자 야권은 더불어민주당에 집중 공세를 퍼부었다. 소속 광역단체장의 권력형 성범죄로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장본인인 만큼 정의당을 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경원·오세훈, 한목소리로 민주당에 화살나경원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지난 3일 정의당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하자 민주당을 향해 "정의당의 쉽지 않은 결단 앞에 부끄럽지도 않느냐"고 비판했다.이어 "정의당 전임 당대표의 성추행은 이번 재보궐 선거와 직접적인 관련성도 없다"며 "민주당은 재보궐 선거가 열리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전임시장들의 소속 정당"이라고 꼬집었다.그는 "민주당이 지금이라도 다시 양심적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며 "다만, 정의당의 무공천 결정을 보고 민주당은 부끄러운 자화상을 직시하기를 바란다"고 질타했다. 정의당, 김종철 사태에 보궐선거 무공천오세훈 예비후보도 입장문을 내고 "당 소속 시장 두 명의 잇따른 성범죄로 인해 보궐선거가 실시되는데도 집권여당의 책임 운운하며 당헌까지 바꿔 후보를 공천하는 민주당의 후안무치를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결단"이라며 "이것 하나만으로 의석수 174석의 거대 민주당은 의석수 6석의 정의당에게 1패를 당했다"고 했다.이어 "이번 선거의 유불리만 놓고 보자면 정의당의 후보 무공천이 다소 민주당에 유리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저는 현명하신 서울시민들께서 이를 지켜보시면서 반드시 민주당을 준엄하게 심판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했다.앞서 정의당은 전국위원회에서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결과적으로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 것이 책임정치의 대원칙을 지키는 것이자, 공당으로서 분골쇄신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실천하는 것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