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정책'. 경인 아라뱃길 사업을 2년여간 조사한 전문가들의 최종 결론이다. 2조7000억원을 들여 만든 뱃길인데 항만물류 실적이 당초 계획의 8%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선박 운항을 줄이는 대신 시민 여가를 위한 공간을 늘리고 수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2일 경인 아라뱃길 공론화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최종 권고문을 환경부에 전달했다.

경인 아라뱃길은 서울 한강에서 김포~인천으로 이어지는 운하다. 이명박 정부인 2012년 완공됐다. 문제는 뱃길인데 배가 다니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인 아라뱃길이 유명무실하다는 논란이 이어지자 2018년 국토교통부 관행혁신위원회는 기능 전환을 위한 연구와 공론화를 권고했다. 환경부는 그 해 10월부터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를 꾸리고 아라뱃길 기능 전환 방안에 대해 논의해왔다.

공론화위원회는 권고문을 통해 "경인 아라뱃길 사업은 굴포천 지역의 홍수 피해 저감을 위해 시작된 방수로 건설 사업을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전환해 막대한 공공재정을 투입했다”며 “정부가 실패한 정책임을 인정하고 정부 차원의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착공 전 타당성 검증이 미흡했고 완공 후에는 화물실적이 현저히 낮았을 뿐만 아니라 환경훼손과 접근성 단절 그리고 지역적·국가적 갈등 초래와 같은 문제점들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성찰이 부재했다"는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경인 아라뱃길 개통 이후 2019년 말까지 항만물류 실적은 519만t으로 사업계획 당시 예상치의 8.2%에 그쳤다. 이 기간 여객 이용자 수는 누적 93만2000명으로 예상치의 20.2% 수준이었다.

다만 과거 2년에 1번꼴로 발생하던 굴포천 홍수 피해가 아라뱃길 개통 이후 전무해 홍수 방지 효과는 있었다는 평가다.

공론화위원회는 지역 인식조사, 시나리오 워크숍, 시민위원회 등 공론화 과정을 통해 아라뱃길의 물류‧여객을 줄이고 문화‧관광 기능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공론화위원회는 “경인 아라뱃길의 주운(舟運) 기능은 야간 운행으로 축소하고 이후에도 화물수송 실적이 낮으면 ‘주운 폐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인천·김포 여객터미널을 환경해양 체험관과 같은 문화·관광시설로 바꾸고 김포화물터미널 컨테이너 부두는 숙박시설, 환경박물관과 같은 문화공간으로 전환하도록 제안했다.

수질도 개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공론화위원회는 “지역 인식 조사에서 아래빗길의 문제점은 '수질 등 하천환경의 악화'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며 "현재 4~5등급 수준인 아라뱃길 수질을 3등급으로 개선하고 장기적으로는 2등급 수준까지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측은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를 바탕으로 해양수산부‧국토교통부‧한국수자원공사 등 관계기관이 협의체를 구성해 세부 이행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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