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여름에 치러질 2020 도쿄올림픽이 174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새롭게 잡힌 도쿄올림픽 대회 개막일은 2021년 7월 23일입니다.

사상 최초로 팬데믹으로 1년간 연기된 올림픽으로 기록된 도쿄올림픽의 개최 여부는 아직도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7월 개최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지만, 일본 국내 여론은 물론 해외의 여론은 개최 불가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과연 뜨겁고 습한 도쿄의 여름을 더욱 달굴 '인류의 축제'가 열릴 수 있을까요?
[사진톡톡] 올 여름, '2020 도쿄올림픽' 가능할까?
◇ 대지진의 아픔을 딛고 화려한 재건을 목표로 시작된 2020 도쿄 올림픽

2020 일본 도쿄 올림픽은 4번의 연속된 도전 끝에 유치에 성공한 올림픽입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올림픽 유치에 뛰어들지만, 번번이 베이징, 런던, 리우에 밀리게 됩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은 지진의 아픔을 딛고 화려하게 다시 비상하는 도쿄를 목표로 네 번째 유치에 나섭니다.

그리고, 2013년 9월 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도쿄는 터키의 이스탄불을 꺾고 올림픽 유치에 성공합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적극적으로 올림픽 유치에 나서 결선 투표 끝에 이스탄불을 따돌리고 성공을 거둡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와 관련한 방사능 피해 우려가 컸지만, 아베는 본인이 안전을 직접 보장하며 투표권을 가진 IOC 위원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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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의, 아베에 의한 도쿄 올림픽

2번의 총리를 역임하면서 아베가 두 번째 재임 기간(2012~2020년) 가장 공들인 것이 올림픽이었다는 것은 과언이 아닙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움츠러든 국민을 한데 모으고, 침체한 경기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훌륭한 재료가 된 것이죠.
아베는 적극적으로 2020년 도쿄 올림픽 홍보에 나섰습니다.

홍보의 절정은 2016년 리우올림픽 폐회식에서 차기 올림픽 개최지 소개 행사에 직접 일본을 상징하는 아이콘 슈퍼마리오 분장을 하고 등장하는 데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현장에서 직접 취재하며 무대 중간에 등장한 슈퍼마리오가 아베 전 총리인 것을 확인했을 때, 리우의 마라카냐 경기장의 수만 관중뿐만 아니라 옆에서 취재하던 다양한 나라의 기자들도 놀랍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리우의 화려한 카니발을 슈퍼마리오 아베가 몇 초 만에 가져갔다는 평이 폐회식장의 취재진 사이에 회자될 만큼 성공적인 등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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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 아니라 아베는 자신의 국내 정치에도 올림픽을 활용합니다.

여러 가지 정치·경제 정책에 올림픽을 붙여 해결하고, 국민의 불만을 잠재우는 데 성공합니다.

또한 일본 기업들이 적극적인 올림픽 후원에 나서게 해 침체한 경제 활성화를 도모합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국내 기업의 후원을 받기 힘들었던 것과 다르게 2020 도쿄 올림픽은 대기업은 물론, 내수기업과 심지어 언론사까지 후원에 참여해 '올림픽의 저주'를 쉽게 해결하는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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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의 습격, 방역과 정상적인 올림픽을 놓친 도쿄

순항하던 도쿄 올림픽도 2020년 초 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 세계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암초를 맞이합니다.

코로나19 초기, 일본은 프린세스 다이아몬드호 집단 감염이라는 악재를 딛고 방역망을 재정비할 기회가 있었지만, 대유행을 막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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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앙 정부의 소극적인 방역정책과 경기 부양을 향한 각종 소비 장려책도 그 의도와 달리 코로나19 감염자 확산에 일조합니다.

그 결과 일본, 특히 도쿄는 지난해 연말부터 천 명대(1월 28일 기준, 일본 전체 3천 명대) 감염자를 기록 중입니다.

사실 도쿄와 도쿄 올림픽 경기장이 예정된 주변 수도권 주변 확진자를 합하면 하루 코로나19 확진자가 2천 명에 달합니다.

공중위생에 철저한 나라라는 일본, 특히 수도권이 무너지면서 관중들이 관람하는 정상적인 올림픽 개최는 어려워진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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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의 도쿄 올림픽 조직위는 지난 28일 도쿄 올림픽의 관중 입장과 관련한 긴급 화상회의를 했지만, 원론적인 원칙만 확인했을 뿐 경기 관람에 대한 확실한 기준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올림픽 경기는 직접 관람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만약 관중의 관람이 불가하게 되면, 1조 원대의 입장료 수익은 물론, 경기장 내에서 유무형으로 이익을 기대하는 후원 기업들도 난감한 지경에 빠집니다.

도쿄 조직위에서는 후원 기업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관중 홍보 수익이 요원한 상황에서 후원에 나설 기업이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 이런 상황에서 도쿄 올림픽과 한 몸이나 다름없는 아베가 총리직에서 물러나면서 2020 도쿄 올림픽은 최고의 지휘자 겸 최대 후원자를 잃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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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천문학적인 중계권료와 글로벌 스폰서의 후원금이 걸려있는 IOC와 몇 년 동안 전력투구해온 도쿄 올림픽 조직위는 방역 대책과 방역 팩트북을 만들어 올림픽 개최 의지를 보이지만, 그 길이 쉬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모든 올림픽 관계자에게 백신 접종을 하려는 구상이지만, 예상보다 코로나19 대유행의 기세가 높고 유일한 해결책인 백신의 공급도 원활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200개 가까운 나라가 참가하는 올림픽 참가국의 모든 관계자가 백신을 면역이 생기는 기간에 맞춰 맞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개최국인 일본도 2월 말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이지만 어디까지나 계획일 뿐 실행 가능할지는 미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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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림픽이 강행된다면?

2020년 도쿄 올림픽의 운명은 올 3월 중순에 열리는 IOC 총회에서 결정됩니다.

코로나 때문에 화상으로 열릴 이번 총회에서 각국의 IOC 위원들은 투표를 통해 도쿄 올림픽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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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개최가 결정되면 선수와 취재진의 방역 문제가 대두될 것입니다.

백신이 선진국 위주로 배분되고 있고, 각국의 백신 접종 기준이 다른 상황에서 선수단이나 올림픽 관계자들의 원활한 백신 접종을 담보하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최악의 상황에는 올림픽과 관련해 도쿄를 가려면 대회에 1달, 오가는데 필요한 격리에 1달이 필요한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는 선수단뿐만 아니라 관련 업체 취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올림픽의 직접 관람은 외국인들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일본은 변이바이러스 감염자 발견으로 해외 입국자에 대해 강력한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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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림픽이 취소된다면?

도쿄올림픽이 취소되면, 4년 아니 5년을 기다려 온 선수들이 제일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도 선수촌과 각 캠프에서 코로나19와 싸우며 올림픽을 향해 뛰고 있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올림픽이 취소되면 지난 5년간의 땀방울은 물거품이 됩니다.

나이의 영향을 많이 받는 운동선수의 특성상 올림픽을 뛰어 보지도 못하고 준비만 하다 은퇴를 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선수들이 가질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체조 도마의 신 양학선은 지난 리우올림픽에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해 담금질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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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골드박스인 양궁선수들은 금메달 따기보다 어렵다는 대표 선발전을 치르며 도쿄의 하늘에 태극기를 날릴 준비를 묵묵히 하고 있습니다.

특히 단체전 8연패를 달성했던 여자양궁대표팀의 9연패 도전은 2024 파리에서 확인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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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에서 부진해 설욕을 다짐하고 있는 효자종목 유도 선수들과 레슬링 유망주들도 도쿄 매트를 밟지 못할 지도 모릅니다.

명승부를 보여줬던 펜싱의 검객들도 만날 수 없을 것입니다.

야구와 축구처럼 프로 선수들이 출전하는 종목의 선수들은 메달과 함께 병역 특례 때문에 올림픽의 개최 여부가 본인의 몸값을 좌지우지하는 일대 사건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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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올림픽의 취소는 코로나19와의 긴 싸움에서 지친 우리가 TV 중계를 통해 다시 '할 수 있다'라는 희망을 얻을 큰 기회를 잃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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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는 올림픽이 필요하지만, 그것은 기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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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멀리 환송하고 싶은 이 시점에서 내가, 가족이, 시민이, 인류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 위한 한 걸음 한 걸음 딛기가 버거운 상황입니다.

지구촌 모두가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다는 시점이 백신 접종의 시작이었다면 그다음의 걸음은 희망을 얘기하는 2020 도쿄 올림픽이었으면 합니다.

올림픽은 단순히 한·일 양국의 갈등을 넘어 인류 전체의 잔치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 기적이 필요합니다.

2년간 코로나19에 지친 우리에게 거리두기를 지키며 태극전사를 응원하는 작은 행복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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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