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 - 인류가 확인한 것들

고령환자 면역체계 노화…염증 반응 이겨내기 쉽지 않아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 합병증으로 중증 악화 위험
확진자 41%가 후각 기능 이상…모든 연령대 후유증 남아
미국 뉴욕 퀸스박물관 야외 주차장에 코로나19 확진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지난해 5월 목숨을 잃은 의료진을 추모하는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미국에서만 2900명 넘는 의료진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미국 뉴욕 퀸스박물관 야외 주차장에 코로나19 확진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지난해 5월 목숨을 잃은 의료진을 추모하는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미국에서만 2900명 넘는 의료진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무증상기, 잠복기에 (코로나19) 전파력이 있다는 것은 좀 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지난해 1월 28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렇게 말했다. 중국에서 무증상·잠복기 전파가 가능하다는 발표가 나왔지만 일반적인 감염병에서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정부 입장은 5일 만에 바뀌었다. 지난해 2월 2일 “무증상 전파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마스크도 마찬가지다. 유행 초기에는 증상이 있는 사람만 써야 한다고 했지만, 무증상·경증 환자가 늘면서 모든 사람이 쓰는 것으로 정책을 바꿨다.

지난 22일 미국내과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세계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는 전체 환자의 3분의 1에 이른다. 마스크는 증상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써야 하는 방역도구가 됐다. 하지만 중국 우한에서 발병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1억 명에 육박할 만큼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해 인류가 확인한 사실을 문답식으로 풀어봤다.
(1) 고령자일수록 감염 피해 커
면역력이 치사율 갈랐다…확진 80대 5명 중 1명 사망 때, 20대 '0명'

국내 코로나19 치사율은 1.8%다. 7만5084명이 감염돼 1349명이 목숨을 잃었다. 계절독감 치사율이 0.1% 미만인 것을 고려하면 20배 정도 위험한 질환인 셈이다. 국내 코로나19에 감염된 20대 이하 확진자는 1만9166명이지만 이들 중 사망한 사람은 없다. 70대를 기점으로 치사율은 치솟는다. 60대 치사율은 1.4%, 70대 6.4%, 80세 이상은 20.2%에 이른다. 고령 코로나19 환자는 급성 호흡곤란증후군, 사이토카인 방출증후군(CRS), 다발성 장기부전 등 다양한 합병증으로 사망할 위험이 높다. 코로나19의 첫 번째 방어선인 면역체계가 노화해 잘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치사율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대식세포, 수지상세포 등 면역계가 바이러스를 인식해 대응해야 하지만 나이가 들면 이런 기능이 떨어진다. 바이러스가 몸 속에서 증식한 뒤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은 각종 염증 반응이다. 폐, 신장, 심장, 간, 뇌 등 전신의 여러 조직에 증상이 나타난다. 노인들은 염증반응을 이겨내는 것도 쉽지 않다.
(2) 비만하면 중증위험 7배 더 높아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암, 만성신장질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다운증후군, 심장질환, 2형 당뇨병 등을 앓고 있는 사람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중증으로 악화할 위험이 높다고 판단한다. 장기이식 환자, 비만, 임신부, 흡연자도 마찬가지다. 천식환자, 뇌혈관질환자, 고혈압 환자,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감염증(HIV) 등 면역저하자, 치매환자 등은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으로 분류했다. 만성질환자가 코로나19에 더 잘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감염되면 사망 등 위중해질 위험이 높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인슐린 공장으로 불리는 췌장의 베타(β) 세포에 나쁜 영향을 줘 급성 대사성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있다. 당뇨환자가 위험한 이유다. 프랑스 연구팀에 따르면 체질량지수(BMI) 35㎏/㎡인 코로나19 환자가 인공호흡기를 사용할 정도로 위중해질 위험은 BMI 25㎏/㎡인 사람보다 일곱 배 이상 높았다. 비만한 사람은 면역력 이상이나 만성 염증을 호소할 위험도 높다.
(3) 확진자 상당수 후각 이상
발열 기침 등은 모든 호흡기 감염병의 공통 증상이다. 코로나19를 식별하는 증상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후각 상실이다. 지난해 6월 확진자 8438명을 분석한 해외 연구에 따르면 41%가 후각 상실 증상을 경험했다. 지난해 8월 이란에서는 확진자 96%가 후각 기능 이상을, 18%가 후각 상실을 경험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무조건 냄새를 못 맡는 것은 아니지만 호흡기 증상과 함께 냄새를 못 맡는다면 코로나19를 의심해봐야 하는 셈이다. 과학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콧속 뉴런(신경세포)을 돕는 세포를 감염시키면서 후각상실 증상이 생기는 것으로 추정했다.
(4) 모든 연령대에서 후유증 위험
모든 환자가 후유증을 호소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후유증은 모든 연령대 환자에게 나타날 수 있다. 코로나19 후유증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증상은 ‘브레인 포그’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사고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영국 임피리얼 런던대 연구진은 코로나19 완치자 8만4285명을 대상으로 인지능력을 평가했더니 일반인보다 지능지수(IQ)가 최대 8.5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완치자의 뇌는 감염되지 않은 사람보다 최대 10년까지 노화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 속 혈뇌장벽(BBB)을 통과한다는 동물실험 결과도 있다. 혈뇌장벽은 외부 물질이 뇌와 척수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방어벽이다. 이 장벽이 뚫려 바이러스가 통과하면 염증이 생기기 쉽다. 탈모도 주요 후유증이다. 일본 국립국제의료연구센터(NCGM)는 58명의 코로나19 확진자 중 24%인 14명이 탈모 증상을 호소했다고 발표했다. 머리가 눈에 띌 정도로 빠질 때까지 평균 58.6일 정도 걸렸다.

이지현/최지원/이우상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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