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고신용 직장인의 신용대출 최고 한도를 줄인다. 인터넷은행에 요구된 '중금리 대출 공급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다.카카오뱅크는 22일 고신용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의 최대 한도를 기존 1억5000만원에서 1억으로 축소한다고 밝혔다.직장인 마이너스통장, 직장인 신용대출이 대상이다. 이날 오전 6시 신규 취급 대출부터 새로운 한도가 적용됐다.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올해 여신 사업의 핵심 전략 목표인 중금리·중저신용자대출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로 고신용 대출 상품의 최대 한도를 축소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비대면 금융’의 소비자 접점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기존 은행권은 물론 대형 정보기술(IT) 기업, 핀테크 업체가 참전했다. 하나은행은 ‘데이터 기반 정보회사’로 변해야 비대면 금융을 둘러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하나원큐 신용대출 등 금융 플랫폼의 성공을 거울삼아 생활과 금융을 연계시킨 ‘생활 금융 플랫폼’으로 거듭난다는 포부다.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반 디지털 전환하나은행의 비대면 앱 하나원큐는 은행권 최고의 금융 앱으로 평가받는다. 2019년 내놓은 하나원큐 신용대출은 일명 ‘3분 컵라면 대출’로 불리며 인기를 모았다. 하나은행과의 거래가 없어도 본인 명의 휴대폰과 인증서만 있으면 24시간 365일 은행 방문이나 별도의 서류 제출 없이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한 게 핵심이다.거의 모든 은행이 유사 상품을 출시하며 뒤따랐다. 하나은행은 갈아타기 서비스, 자동 연장 서비스 등을 추가로 선보이며 한발씩 앞서나갔다. 2019년 6월 출시 이후 2020년 말까지 하나원큐 신용대출을 통해 새로운 소비자 28만 명이 유입됐고, 신용대출 취급 규모는 9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에는 하나원큐앱을 한층 고도화했다. 얼굴인증과 관계사 단일 로그인, 인기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 등을 넣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하나원큐 신용대출은 비대면 거래를 요구하는 고객 니즈가 커지고 있는 환경에 대비해 상품, 프로세스, 제도, 리스크, IT 등 여러 부서가 협업한 성과”라고 설명했다.하나은행은 여기에 ‘생활’과 연계한 기능을 붙이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서비스만 제공해선 차별화가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큰 축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다. 생활 속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동반자적 금융 서비스를 구현하는 게 목표다.생활 금융플랫폼을 만드는 덴 ‘콜라보’가 필수다. 프로그램 소스 묶음을 제공하는 오픈 API 기술이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 서비스에 필수적인 각종 기능을 핀테크 등 새로운 혁신기업에 공개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다. 기존 금융업의 틀에서 벗어나 부동산, 자동차, 여행, 의료, 교육 등 다양한 이종 업종과의 협업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스타트업에 5명의 대리급 직원을 6개월간 파견하는 실험을 했다. ‘스타트업의 일하는 방식을 배워오라’는 취지였다. 지성규 하나은행장은 최근 은행으로 복귀한 이들에게 “새로운 플랫폼 서비스를 개발하고, 은행에 혁신을 전파할 마중물이 돼달라”고 주문했다. 모빌리티·부동산 관련 신사업 계획하나은행은 지난해 8월 플랫폼금융사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른바 ‘디지털 경제권’을 만들려는 취지다. TF에선 모빌리티, 부동산 업종의 유력 플랫폼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구축을 추진 중이다.모빌리티 부문에선 택시 호출서비스와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한 금융상품도 준비하고 있다. 택시업계 종사자를 위한 금융 솔루션 등의 방식으로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중고차 시장에 만연한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인 간 모바일 직거래경매서비스를 내놓기로 했다. 빅데이터 기반의 차량 미래가치추이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부동산 부문에서도 높아지는 중개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직거래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5월 비대면 아파트 잔금대출을 출시했고, 8월에는 하나원큐 전세대출을 선보였다. 조만간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도 내놓을 예정이다. 부동산 권리조사 기관과 협업해 관련 데이터를 활용한 신규 사업 모델을 준비 중이다.하나은행의 디지털 플랫폼 사업의 방점은 소비자 선택을 받지 못한 가장 큰 약점(페인 포인트)을 개선하는 데 있다. 가입률이 저조했던 외화적금의 페인포인트를 분석해 달러를 소액으로 쉽게 모을 수 있게 한 ‘일달러 외화적금’이 대표적인 사례다. 1달러부터 소액으로 돈이 쌓이는 재미를 추구하게 만든 이 상품은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4개월 만에 5만 개가 팔리는 등 인기를 모았다. 매달 횟수 제한 없이 1000달러까지 납입이 가능하고, 환율을 알려주는 기능 등을 넣은 게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AI 서비스 ‘하이(HAI)’의 고도화도 추진하고 있다. 하이는 대화를 통해 소비자에게 콘텐츠와 뱅킹서비스를 제공한다. 소비자가 문자와 음성으로 요청한 내용을 분석해 가장 적합한 답변을 주거나 서비스를 실행시킨다. 계좌 조회는 물론 이체, 공과금 납부, 금융상품 가입, 외환 등 거의 모든 업무를 해결할 수 있다.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신용대출로 일정 금액 이상을 빌릴 때 이자는 물론 원금까지 함께 갚아야 하는 원금분할상환제도가 도입된다. 연소득을 따져 금융권 전체에서 빌릴 수 있는 돈을 제한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더 강화돼 개인의 대출 한도는 줄어들게 된다. 소상공인·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는 3월 이후 한 차례 더 연장된다.금융위원회는 19일 이 같은 내용의 새해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를 위해 고액 신용대출의 원금분할상환 의무화를 꺼내들었다. 신용대출은 대출기간에 이자만 내다가 만기가 돌아오면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구조가 일반적인데 앞으로는 주택담보대출처럼 원리금을 동시에 상환하는 식으로 바뀐다는 것이다.예를 들어 연 3% 금리에 5년 만기로 1억원의 신용대출을 받았다면 지금은 한 달에 25만원씩 이자만 내고 5년 뒤 1억원을 상환하면 되지만 앞으로는 5년간 매달 179만6869원(원리금 균등상환)을 갚아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금액 기준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수천만원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금융권의 예상이다. 정부는 DSR을 개인에게 적용하는 기준을 신용대출 1억원 이상(연소득 8000만원 초과 소득자 대상)으로 잡고 있다.금융위는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과도하게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해왔지만 지난해 11월엔 신용대출에서만 사상 최대 규모인 4조8000억원의 대출이 이뤄졌다. 새해 들어 증시 상승세와 맞물려 ‘빚투’(빚내서 투자)가 지속되자 더 강력한 처방을 꺼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자기 능력 범위에서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개인과 금융회사의 건전성 측면에서 맞다고 생각한다”며 “가계부채 증가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해 연착륙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공매도 재개와 관련해 “2월 정기국회가 열리면 의원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며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금리 年 3%' 1억 신용대출, 갚는 돈 月 25만원 → 180만원 DSR규제 개인별 확대 적용땐 대출금액 확 줄어들 듯금융위원회는 신용대출 규제와 함께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DSR 규제는 금융회사별로 ‘평균 40% 이하’로 관리하도록 돼 있다. 은행들이 어느 한 개인의 DSR을 60%로 높여줬을 때 다른 차주의 DSR을 20%로 낮췄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개인별 DSR은 9억원 이상 아파트 구입 등에 대해서만 40%로 제한이 있었다. 금융위는 이 같은 DSR 규제를 점진적으로 개인 차주별로 적용할 예정이다. 최종 방안은 오는 3월 확정된다.신용대출 원금분할상환과 DSR 규제가 결합되면 대출한도가 예전보다 더 줄어들 수 있다는 게 금융권 분석이다. DSR은 1년간 내야 하는 원리금 상환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어서 신용대출도 원금까지 매달 갚아야 한다면 결과적으로 DSR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이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자금 외에 대출을 늘리면 유동성 커버리지비율(LCR)과 예대율 조정을 통해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금융위는 DSR 강화 대책의 충격이 가장 큰 청년층에는 ‘핀셋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소득이 별로 없는 청년층에 DSR 잣대를 기계적으로 들이대면 대출 한도가 너무 줄어 내집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미래소득을 반영해 대출 한도를 늘려준다던가, 만기를 연장해주면서 한 해에 내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줄여주는 방식이 거론된다. 금융위는 ‘부동산시장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청년과 신혼부부, 생애최초구입자 등을 대상으로 40년짜리 초장기 정책모기지를 하반기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금융위는 코로나19와 관련해 모든 금융권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해 적용하는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한 번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은성수 위원장은 “현재 방역상황과 실물경제 동향, 금융권의 감내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연장이 불가피하다”며 “경제가 정상화되더라도 그동안 내지 못했던 원리금을 한꺼번에 갚으라는 식으로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 만기가 미뤄진 대출은 126조원에 이른다.금융위는 하반기부터 법정최고 금리가 연 24%에서 20%로 떨어지는 것과 관련해서는 햇살론17(대부업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저신용자에게 연 17.9%로 대출) 금리 인하, 연 20% 초과 대출 차주에 대한 대환 상품 공급 등의 보완책을 내놓기로 했다. 중금리 대출을 많이 해주는 금융회사에 대출을 더 많이 해주도록 하는 등의 대책도 마련했다.박종서/김대훈/오형주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