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시내 곳곳에 있는 주유소에서 태양광과 수소를 활용한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해 사용하는 친환경 에너지 지역발전 사업을 추진한다.

주유소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해 자동차 충전뿐 아니라 지역 내 전력원으로 사용하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겹겹이 쌓인 전력시장 규제를 뚫어야 하는 만큼 사업 추진엔 난항이 예상된다.

SK주유소에 태양광·수소 발전 설비

22일 서울시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SK에너지와 손잡고 서울 시내 주유소를 소규모 지역발전 거점으로 만드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양측은 지난 20일 업무협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서울시는 장기적으로 시 전역에 있는 주유소를 소규모 지역발전 기지로 활용, 이렇게 생산한 전기를 인근 상가나 가정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단 올 상반기 SK에너지는 직영 주유·충전소 7곳에 총 144㎾ 규모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준공할 계획이다. 이어 147곳의 자영 주유·충전소까지 설비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수소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 발전기를 주유소에 설치하는 사업도 단계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전기차와 수소차의 연료로 쓰일 뿐 아니라 인근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용도다.

서울시가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은 전국 꼴찌 수준의 전력자립도(전력소비량 대비 전력생산량)를 높이기 위해서다. 서울의 전력자립도는 2019년 기준 3.92%로, 지방자치단체 중 대전(1.78%) 다음으로 낮다. 서울의 발전전력량은 1847GWh(시간당 기가와트)에 불과한데 소비량은 4만7167GWh에 달해 충청도나 인천 등 다른 지역에서 전력을 끌어오고 있다. 시 관계자는 “서울에선 대규모 발전부지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기존 주유소를 거점으로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해 소규모 지역발전 공급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기판매업 규제 ‘산 넘어 산’

하지만 서울시의 구상대로 관련 사업이 활성화되기엔 에너지 규제가 적지 않다. 일단 현행 전기사업법상 태양광 발전사업자는 전기차 충전사업이나 전기 판매사업을 할 수 없다. 동일 사업자가 두 종류 이상의 전기사업을 할 수 없게 규정돼 있어서다. 전기판매사업은 한국전력이 독점하고 있다.

주유소에서 태양광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더라도 일단 한국전력에 판매한 뒤 한전 변압기를 거쳐 인근 지역에 공급하거나 전기차를 충전해야 한다.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현행법에선 민간 발전사업자들은 다양한 곳에 전기를 공급할 수 없고 가격 결정권도 없다”고 말했다.

주유소에 설치할 수 있는 시설물을 일일이 열거한 위험물안전관리법도 풀어야 할 과제다. 단순한 수소충전기가 아닌, 발전 기능이 있는 수소연료전지는 주유소 설치 가능 시설 목록에 들어 있지 않다.

서울시는 전체 에너지 판매시장에 대한 진입장벽을 한꺼번에 허무는 것은 어려운 만큼 일정 규모 미만의 소규모 태양광 전력에 대해 판매를 허용해주는 ‘핀셋 규제 완화’를 건의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시 관계자는 “우선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실증사업을 한 뒤 단계적으로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