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제약의 고혈압 치료제인 ‘카나브’가 허가 10년 만에 연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국산 신약으로는 LG화학의 ‘제미글로’에 이은 두 번째 기록이다. 국산 신약 30호인 ‘케이캡’도 출시 2년 만에 700억원이 넘는 처방 실적을 올려 연매출 1000억원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혈압약 카나브, 1000억 넘게 팔렸다

복용 편의성 높인 복합제로 승승장구

21일 유비스트의 원외처방 자료에 따르면 카나브 제품군의 지난해 원외 처방액은 1039억원을 기록했다. 카나브는 보령제약이 2010년 국산 신약 15호로 허가받은 고혈압 치료제다. 카나브는 단일제와 다른 약물을 섞은 복합제 5종을 포함해 모두 6종이 시장에 나와 있다.

카나브 제품군 매출의 절반 이상은 복합제에서 나왔다. 지난해 카나브 제품군 중 복합제 5종의 원외 처방액은 567억원이었다. 단일제의 원외 처방액인 472억원보다 많았다. 보령제약은 카나브 단일제 출시 이후 고혈압, 고지혈증 등을 치료하는 약물을 카나브와 결합해 복용 편의성을 높인 복합제를 꾸준히 개발해왔다.

이 회사는 2013년 혈압을 내릴 때 쓰는 이뇨제를 결합한 ‘라코르’를 개발했다. 라코르는 동화약품에서 판매 중이다. 보령제약은 2016년 혈관을 확장하고 심박수를 줄이는 데 쓰이는 칼슘채널 차단제와 카나브를 결합한 ‘듀카브’를 내놓는 등 지금까지 복합제 종류를 5개로 늘렸다.

적응증 넓혀 매출 확대

보령제약은 적응증 확대와 추가 복합제 출시로 실적을 더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 회사는 단백뇨 감소를 적응증(치료 질환)에 추가하고 70세를 넘은 고령자에게도 투여할 수 있도록 허가 범위를 넓혔다. 이달 초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 내용 변경을 승인받았다.

처방 범위가 더 늘어난 것이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카나브와 다른 고혈압 치료제 2종을 결합한 3제 복합제도 내년 국내 출시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며 “해외에서도 지난해 카나브 제품군 4종을 출시한 멕시코를 중심으로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케이캡도 연매출 1000억원 육박

2012년 LG화학이 출시한 첫 국산 당뇨 치료제 제미글로는 2년 연속 연매출 1000억원을 웃돌았다. 제미글로의 원외 처방액은 2019년 1008억원에서 지난해 1163억원으로 늘었다. 제미글로도 카나브처럼 복합제를 통해 매출을 늘려나간 사례다.

LG화학은 제미글로 출시 다음해인 2013년 체내 포도당의 양을 줄이는 데 쓰이는 메트포르민과 제미글로를 결합한 제미메트를 시작으로 2017년 제미로우 등 복합제를 잇달아 선보였다.

제미글로와 카나브의 뒤를 이을 후보로는 HK이노엔의 케이캡이 꼽힌다. 케이캡은 2018년 허가받은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다. 원외 처방액은 2019년 264억원에서 지난해 725억원으로 174% 급증했다.

HK이노엔은 내년 중국 출시를 시작으로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도 신약 허가 절차를 밟아 케이캡 수출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