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시민사회 공동토론회…김상희 "입법으로 막힌 길 뚫겠다"
'해고 35년' 김진숙 "평생의 한, 공장으로 돌아가고 싶다"
"재작년에 암선고를 받았다.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삶에 미련은 없지만, 해고자로 죽는다는 것은 견딜 수 없더라. 이렇게 평생 한이 된 일을 저승까지 가져가면 저승에서인들 내 자리를 찾아갈 수 있을까.

"
'리멤버 희망버스 기획단'은 2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의 명예회복·복직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푸른색 한진중공업 작업복 차림의 김 지도위원은 "보시다시피 저는 쌩쌩하다.

걱정 안 하셔도 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조선소에 들어간 21살 때부터 35년 해고자로 산 지금까지의 역정을 20여분 동안 담담히 이야기했다.

회사와 어용노조의 방해 속에 대의원이 돼 화장실도, 식당도 없던 작업 현장을 바꿔나가는 대목에서 "제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시절"이라며 밝아졌던 목소리는 박창수·김주익·곽재규·최강서 등 숨진 동료들 이름을 부르면서 울먹이기도 했다.

김 지도위원은 "저는 우리 조합원들이 있는 공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함께 싸워 만든 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고 공장을 한번 돌아보는 꿈을 더 늦지 않게 이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연석회의 사회연대위원장인 송경용 신부는 "김진숙의 복직과 명예회복은 과거를 바로잡음으로써 역사를 세우는 일"이라며 "폭력의 당사자이자 불법·부당 해고의 원인 제공자이면서도 노사관계로만 책임을 미뤄온 국가는 결자해지 자세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책 '소금꽃나무'의 저자로도 잘 알려진 김 지도위원은 1981년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에 용접공으로 입사했다.

1986년 노동조합 대의원에 당선된 뒤 열악한 노동 환경과 노조의 어용성을 지적하는 유인물을 제작·배포하는 활동을 벌였고 같은 해 7월 해고됐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고문을 자행했다.

사측과 어용노조는 조선소 앞에서 김 지도위원의 출근을 막았고, 한진중공업은 이렇게 만들어진 결근 기록을 지금까지 적정한 해고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2009년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부당한 공권력 탄압에 따른 해고를 인정하고 복직을 권고했다.

김 지도위원이 정년을 맞은 지난해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와 부산시의회에서 여야 합의로 복직 촉구 특별결의안이 나왔다.

하지만 사측은 급여와 퇴직금 등을 지급하면 법적으로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복직 결정에 난색을 보였다.

법정관리사인 산업은행도 노동계의 복직 요구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진중공업의 배임죄 주장은 터무니없다"며 "기업에 손해를 입힌다는 주장을 하지만, 손해는 위법·불법행위에 기인하는 것이고 부당해고에 의한 원직복직과 해고기간 임금상당액 지급은 적법한 행위"라고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정부 기구의 정식 권고가 배임이라니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기존 제도와 시스템으로 더 이상 풀 수 없는 막힌 곳을 뚫어내는 것이 정치이며, 입법을 통해 그 길을 뚫어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 등은 김 지도위원의 복직 결정이 내려질 수 있도록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과 한국산업은행법 일부개정안(가칭 '김진숙법')을 제출한 상태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와 시민사회가 공동 주최했다.

김상희 부의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김영배·민형배·박주민·박홍근·양이원영·이수진·이탄희·이해식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참여했고, 시민사회에서는 사회원로모임, 노동시민종교인 연석회의 등이 힘을 보탰다.

'해고 35년' 김진숙 "평생의 한, 공장으로 돌아가고 싶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