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역지침도 무시한채… > 전직 LG트윈타워 청소근로자들이 지난달부터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1층 로비를 점거한 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LG 측의 계약해지로 일자리를 잃었다며 70세까지 이곳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독자 제공
< 방역지침도 무시한채… > 전직 LG트윈타워 청소근로자들이 지난달부터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1층 로비를 점거한 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LG 측의 계약해지로 일자리를 잃었다며 70세까지 이곳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독자 제공
LG트윈타워 청소근로자 25명의 고용 승계를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사측은 용역업체 변경에 따른 ‘계약 종료’라고 주장하고, 노조는 노조 와해를 목적에 둔 ‘집단 해고’라고 맞서는 사이 진보 시민단체 500여 곳,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의당 등이 노조 측에 가세했다. 이들은 ‘LG 제품 불매운동’까지 선언했다. 노조는 다른 근무지에서 고용을 유지해주겠다는 사측 제안에도 ‘70세 정년 연장·LG트윈타워에서 근무’를 고수하며 한 달째 집단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계약 종료’ vs ‘단체 해고’

갈등의 불씨는 지난해 말 붙었다. LG트윈타워의 관리를 담당하는 LG 계열 S&I코퍼레이션이 청소 용역업체인 지수아이앤씨에 ‘재계약 불가’를 통보한 것이 계기였다.
"청소근로자 정년 70세 해달라"…500개 단체 합심해 'LG 공격'
S&I는 2010년부터 지수에 청소 업무를 맡겨오다 지난해 12월 청소 하도급 업체를 백상기업으로 바꿨다. 매년 LG트윈타워 입주사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서 낮은 평가가 나왔다는 게 S&I 측 설명이다. S&I가 지수와 계약을 종료하면서 지수에 소속된 청소근로자 82명의 근로계약도 지난해 12월 31일자로 끝났다. 지수 측은 ‘해당 사업장과 계약이 끝나면 근로계약이 종료된다’는 조항에 따라 근로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지수 측과 근로계약이 끝난 청소근로자 82명 중 25명은 새 용역업체인 백상기업에 ‘고용 승계’를 요구했다. 이들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이다. 이들은 “용역업체가 바뀌어도 기존 고용을 승계하는 것이 업계 관행”이라며 고용을 유지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백상기업은 고용 승계를 거부했다. 김중권 백상기업 대표는 “회사 운영방침에 따라 공개 채용을 통해 60여 명을 새로 뽑았고, 이 중에는 지수에서 일하던 근로자 10여 명도 있다”며 “S&I가 백상기업과 계약한 이유는 서비스 품질 때문인데 기존 업체 인력을 승계해 새로 뽑은 인력을 내보내는 것은 더 이상하다”고 말했다.

노조 “정년 70세까지 연장하라”

갈등이 깊어지자 기존 용역업체인 지수는 조합원 25명에게 고용 유지를 약속했다. 대신 LG트윈타워에서 더 이상 일할 수 없으니 다른 사업장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65세 조합원 4명에게는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5일 고용노동부가 주재한 조정회의에서 노조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 노조는 “조합원 전원을 새 용역업체인 백상기업이 채용하고, 근무지를 LG트윈타워로 계속 유지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년을 만 70세까지 늘려달라고도 했다.

협상이 결렬되자 노조는 지난 6일 S&I와 지수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용부 서울남부지청에 고소했다. 노조는 “2019년 10월 노조가 생긴 후 불과 1년2개월 만에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번 해고는 노조 와해를 목적으로 원·하청 업체가 공모한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16일부터 LG트윈타워 1층 로비에서 집단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여권 정치인들까지 가세

이번 사태는 시민단체계와 정치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19일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사태해결을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는 LG트윈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사태를 해결하기 전까지 LG 제품을 불매한다”고 했다. 공동위에는 시민단체 507곳이 참여했다. 지난달 30일과 이달 2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박홍근, 우원식 의원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 등이 농성장을 찾았다.

청소근로자가 로비를 점거한 탓에 LG 측도 난감한 상황이다. 전자, 정보기술(IT) 등 첨단기술 계열사들이 입주한 트윈타워는 보안 유지가 필수다. LG 사원이어도 사원증이 없으면 출입이 불가능하다. 그동안 수차례 산업스파이의 공격을 받아온 LG로서는 외부인의 건물 출입을 허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가 내려진 상황에서 노조원 20여 명이 한 달 넘게 1층 로비에서 숙식을 해결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도 우려된다. S&I 관계자는 “노조의 고용승계 및 트윈타워 근무 주장으로 새로 계약한 백상기업 직원 66명의 일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양길성/최다은/이수빈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