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달 만에 앉아 본 카페 >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꺾인 가운데 18일부터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역조치가 일부 완화됐다. 그동안 포장·배달만 가능했던 카페는 오후 9시까지 매장 취식이 허용됐다. 이날 오전 서울 명동의 한 카페에서 시민들이 눈 오는 창밖을 바라보며 음료를 마시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두 달 만에 앉아 본 카페 >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꺾인 가운데 18일부터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역조치가 일부 완화됐다. 그동안 포장·배달만 가능했던 카페는 오후 9시까지 매장 취식이 허용됐다. 이날 오전 서울 명동의 한 카페에서 시민들이 눈 오는 창밖을 바라보며 음료를 마시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모처럼 손님이 많아 정신없이 일했습니다. 한숨 돌렸어요.”

서울 을지로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A씨(39)는 18일 매장 테이블의 절반 이상이 채워진 광경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서울시 카페 내 취식이 금지된 지난해 11월 24일부터 8주간은 텅 빈 테이블을 보며 가슴을 졸이곤 했다.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정상 영업 때만큼은 아니지만 폐업 고민은 덜었다”고 했다.

정부가 일부 집합금지 업종의 영업제한을 완화한 첫날, 거리 곳곳의 자영업자의 표정은 제각각이었다. 매장에서 취식이 가능해진 카페와 다시 문을 연 헬스장 등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반면 유흥업소, 코인노래방, 돌잔치전문점 업주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형평성이 결여된 ‘일괄적인 규제’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숨통 트였지만 매출 회복 어려워

서울 삼성동의 한 카페는 이날 낮 12시가 되자 식사 후 커피를 마시러 온 손님 30여 명이 테이블 곳곳을 차지했다. 전체 테이블의 절반 이상이 순식간에 채워졌다. 점주 B씨(36)는 “오랜만에 직장인 손님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며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고 말했다. B씨는 주문을 받을 때마다 “2인 이상은 1시간까지만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손님들 사이에선 “1시간이라도 이용 가능하게 돼 편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다만 경각심이 줄어드는 데 대한 우려도 표했다. 서울 강남역 뱅뱅사거리의 프랜차이즈 카페를 이용한 취업준비생 육지운 씨(27)는 “카페 내 마스크를 벗고 대화하는 등 긴장이 풀린 사람도 보여 아쉬웠다”고 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근 330㎡ 남짓의 M헬스장은 이날 오전부터 20여 명 넘는 손님이 다녀갔다. 트레이너 전모씨(33)는 “비교적 손님이 적은 시간대에도 이용자가 많은 편이었다”고 했다.

모든 영업장이 활기를 띤 것은 아니다.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은 이날 점심시간에도 식당이나 카페 이용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오후 1시30분께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 프랜차이즈 카페에는 2인 테이블 50개 중 3개에만 손님이 있었다. 주변 다른 카페 두 곳도 좌석에 앉은 손님이 20~30%에 그쳤다. 한 카페 직원은 “평소 점심시간이면 2~3개 빼고 테이블이 가득 찼던 때와 비교하면 손님이 절반도 안 된다”고 말했다.

영업제한이 풀려 70일 만에 문을 연 노래방도 한산한 분위기였다. 이날 오후 1시께 서울 마포구 홍대축제거리 인근 코인노래방 6곳 중 4곳은 손님이 한두 팀에 그쳤다. 2곳은 문을 열지 않았다. 이곳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 중인 차모씨(53)는 “문 열고 1시간30분이 됐는데 한 팀밖에 안 왔다”고 했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인근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김아름 씨(43)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오후 1시께면 손님이 10팀 정도 있었지만 현재 4팀뿐”이라며 “매출 회복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운영시간 다양화해야”

정부의 업종별 집합금지 방침을 둘러싼 갈등은 이날도 계속됐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영업제한 완화는 환영하지만 대다수의 업종을 일괄적으로 규제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업종에 따라 시간 및 이용인원 제한에 차등을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예컨대 ‘업종별 영업시간 총량제’를 도입해 운영시간대를 다르게 하면 영업과 방역에 모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구장 운영자 류정득 씨(62)는 “황금 시간대가 시작되는 오후 9시에 문을 닫으면 손님 3분의 1도 못 받는 것”이라며 “일률적인 제한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김성우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장은 “매출 상당수가 저녁시간에 발생하는 업종은 환불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며 “업종별 영업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영업금지 해제가 안 된 업종의 반발은 더 거세지고 있다. 부산 사상구 내 유흥업소 업주 30여 명은 부산시청 앞에서 집합금지 연장에 반발하는 삭발 투쟁에 나섰다. 광주에선 과태료를 물더라도 영업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PC방 자영업자가 모인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은 이날부터 오후 9시 이후에도 영업을 강행했다. 돌잔치전문점총연합회도 이날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를 항의 방문했다.

정지은/양길성/최다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