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반발하고 나섰다. 산재 사고 발생 시 기업인에 대한 형사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게 경영계 주장이다. 50인 미만 기업은 시행이 3년 유예됐지만, 중소기업 경영인들은 아예 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하소연이다.

반면 노동계는 그동안 국회에서 논의돼 왔던 법안에 비해 크게 후퇴했다는 주장이다. 처벌 수위도 낮아졌지만, 산업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고 법 시행도 기업 규모에 따라 1년에서 3년까지 유예되는 바람에 근로자 보호에 구멍이 뚫렸다고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집중 해부... 노동법 시장 '특수' 불러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될 경우 실제로 쟁점이 될 부문을 상세히 분석해 본다. 먼저 이중 삼중 처벌의 문제다.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기업 경영자나 안전관리자는 산업안전보건법이나 형법에 따라 형사 책임을 지게 된다.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있다. 여기에 더해 중대재해처벌법은 ‘1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과도한 형벌을 부과한다. 헌법상 과잉금지나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경영계가 문제를 제기하는 대목이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 처벌의 전제가 되는 ‘의무’의 범위도 모호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재해 예방 조치 ▲재발 방지 대책 ▲행정기관의 개선 명령에 관한 조치 등 시행령에 위임된 사항을 위반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수의 노동법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언급하는 부분은 도급, 용역, 위탁업체의 산재 사고에 대해 원청업체 경영자가 법적 책임을 질 가능성이다. 법 제5조는 ‘사업주가 해당 시설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한정’한다는 단서 조항을 두고 있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원청업체 경영책임자가 형사 처벌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산재 사고에 대한 형사 책임이 강화되면서 사법기관의 무리한 수사 관행과 맞물려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될 우려도 제기된다. 압수·수색 등 수사 과정에서 부당노동행위, 불법 파견 등 노동 관련 사건이나 일반 형사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 경우에 따라서는 ‘별건 수사’의 문제점도 발생할 소지가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돼 산재 사고가 발생한 사업주에 대한 형사 처벌 가능성이 높아지자 대형 로펌들은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며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기업 대표자의 형사 사건은 수임료가 높아서 수임 경쟁이 치열한 분야라는 게 법조계 전문가들의 얘기다. 특히 기업을 소유한 오너 경영인이 기소될 경우 이른바 ‘오너리스크’로 이어져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대응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는 경영계를 비롯해 노동계도 일제히 문제를 제기하는 등 최대 이슈로 부각되는 점도 로펌들의 발걸음을 더욱 빠르게 하고 있다. 법이 통과되기 전인 지난달 17일 법무법인 율촌이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온라인 세미나를 열자 1000여명이 참가하기도 했다. 8일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율촌은 오는 19일 다시 웹 세미나를 개최키로 하고 현재 온라인에서 참가 신청을 받고 있다.
모호한 법 규정에 우려 커져... 발빠르게 대응 나선 대형 로펌

대형 로펌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이 당해 기업의 산업 안전사고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거라는 판단이다. 김용문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도급이나 용역을 준 사업장에서 재해가 발생할 경우 원청업체 사업주에 대한 형사 책임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도 “특히 도급 사업장이 문제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미 기업들로부터 자문 요청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산업재해가 더 이상 안전 이슈에 머무르지 않고 기업 경영에서 중요한 가치로 부각될 거라는 진단도 나온다. 정종철 변호사(김앤장)는 “산업안전은 이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차원에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선제적, 예방적으로 산업안전 분야 법률 준수 여부를 세밀하게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컴플라이언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곳에는 법무법인 율촌도 있다. 정대원 변호사(율촌)은 “기업들이 형사 처벌까지 염두에 둔 산업안전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한다”라며 “율촌에서는 노동·형사·건설팀 등이 공동으로 TF를 구성해 대응 중에 있다”고 말했다.

홍성 변호사(화우)는 “법 해석에 모호한 부분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지적하고 “기업과 산업, 직군별로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형 로펌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두고 곽용희 월간노동법률 편집장은 “로펌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장이 열렸고, 법인에 따라서 일부 온도차는 있지만 대응 전략을 마련에 힘을 쏟는 것은 공통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모호한 법 규정은 이광선 변호사(지평)도 우려하는 대목이다. "경영책임자를 누구로 볼 것인지 많은 혼란이 예상된다"라며 "산업안전보건법에서 형사 처벌 조항을 두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중대재해법을 또 제정해 형사 처벌 만능주의로 흐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법 전문 변호사, "올 상반기 새로운 법률 시장 열려..."
한편 경영계에서는 위헌 소송 카드도 고려하고 있다. 경총은 지난 달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경영 책임자의 책임과 관리 범위를 벗어난 사고에 대해 무조건 처벌을 받게 하는 것은 형법상 책임주의에 원칙에 반한다”라며 “헌법상 명학성의 원칙과 포괄위임금지, 과잉금지원칙 등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노동계는 당초 강은미 정의당 의원안 등에 비워 볼 때 법안 심의 과정에서 처벌 수위가 낮아지고 50인 미만 중소기업은 시행이 3년간 유예되는 등 법안이 후퇴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사의 반발과 공방 속에 정부가 하위 법령을 제정하는 과정에서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 와중에 기업들은 법률상 부과된 의무 이행 방안을 점검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 중에 있다. 법 시행은 1년간 유예됐지만 개별 기업들의 높은 관심에 따라 로펌들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올 해는 이래저래 노동법 전문가들에게는 바쁜 봄이 될 전망이다.

최종석 전문위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