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의 커피전문점 A매장. 평소 팔지 않던 ‘죽’을 판매하고 있었다. 지난달 말 추가된 신메뉴다. 직원은 계산대에서 “식사 메뉴를 주문하시면 자리에 앉으실 수 있다”고 안내했다. 손님들은 착석이 가능하다는 말에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수도권 커피 전문점들은 지난달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후 방문포장과 배달 영업만 가능하다. 스타벅스, 이디야, 할리스커피 등 프랜차이즈형 커피 전문점들은 의자를 모두 한쪽으로 치워놨다.그러나 A매장 같은 카페들은 ‘틈새 영업’을 하고 있다. 음식점 영업은 가능하다는 당국의 지침을 활용(?)해 ‘음식 메뉴’를 추가해 테이블을 돌리고 있다. 기자가 7일 방문했던 서울 강남의 한 카페도 4000원짜리 파이 한 개만 더 시키면 착석이 가능했다. 대부분 서울시내 특급호텔 1층 로비 카페도 샐러드 파스타 등 식사 메뉴를 팔면서 테이블을 정상 운영하고 있다.같은 카페인데 어느 곳은 영업하고 어느 곳은 안 되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가 뭘까. 이유는 ‘업종 등록’ 때문이다. 커피 전문점은 시·군·구청에 영업신고를 할 때 업종명을 일반음식점 혹은 휴게음식점으로 신고한다. 일반음식점은 술을 판매할 수 있다. 술 판매가 필요 없는 분식점, 패스트푸드점, 커피 전문점은 대부분 휴게음식점으로 등록한다.그런데 정부는 지난달 6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을 발표하면서 매장 취식 불가 업종을 ‘카페’라고 했다. 카페와 같이 휴게음식점에 속하는 분식점 패스트푸드점에는 매장영업이 허용됐다. 그러자 카페 중 주력 상품이 커피가 아니라 ‘음식’이라고 우기는 점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업종이 카페가 아니라 음식점이라는 주장이다. 소상공인 점주들이 모이는 포털 카페에는 “휴게음식점에 분식점도 들어가는데 식사 메뉴를 제공하는 우리 매장은 왜 안 되느냐고 구청 담당자에게 따져라” “사실 담당자들도 잘 모르니 우기면 된다” 등의 영업 노하우(?)가 버젓이 공유되고 있다.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분식점은 되는데 카페는 안 되고, 태권도장은 되는데 킥복싱장은 안 되는 등 영업 규제의 형평성에 문제가 크다”며 “민생 문제인데도 규제에 나설 때 세심하고 꼼꼼하게 준비하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jp@hankyung.com
-주주 합병안 통과, 이달 중 출범 예정 -16개 산하브랜드, 연간 870만대 규모 갖춰 이탈리아-미국 합작 자동차 업체인 FCA와 프랑스 PSA그룹이 손을 잡아 탄생한 스텔란티스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공식적으로 자동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산하 브랜드만 16개로 구성된 연간 870만대 규모의 글로벌 4위 자동차 기업이 나오게 된다. 현지 시각 4일 주요 외신들은 스텔란티스로 손을 잡은 FCA와 PSA가 각각 화상 주주총회를열고 합병안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특히 양쪽 주주들로부터 만장일치에 가까운 압도적인 표를 얻어 단번에 이뤄졌다며 소식을 전했다. 주주들의 승인에 맞춰 스텔란티스는 주식시장 상장을 끝으로 합병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된다. 이후 출범식을 거치면 공식적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 모든 절차는 늦어도 이달 말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스텔란티스가 공식 출범할 경우 연간 870만대 규모의 글로벌 4위 자동차 기업이 나오게 된다. 소속 브랜드를 살펴보면 고성능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알파로메오, DS 및 닷지 그리고 디자인과 실용성이 강점인 푸조, 시트로엥, 크라이슬러, 오펠, 복스홀, 란치아 등이다. 이외 SUV는 짚과 램(RAM)을 중심으로 구성됐으며 페라리와 마세라티 또한 여전히 연결돼 있다. 전문가들은 산하브랜드 수가 상당해 글로벌 거점 형성에 유리하고 네트워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두 그룹의 매출액도 총 200조원이 넘기 때문에 미래 시장에서 강한 힘을 가질 것으로 덧붙였다. 또 둘이 손 잡은 만큼 다양한 부분에서 공유가 이뤄질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비용 절감과 미래 경쟁력 확보에 이점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스텔란티스는 합병에 따른 생산 플랫폼 결합, 비용 절감 등으로 50억 유로(약 6조6천억원) 규모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텔란티스의 회장직은 존 엘칸 현 FCA 회장이 맡는다. 최고경영자(CEO)는 카를로스 타바레스 PSA그룹 CEO가 승계할 예정이다. 엘칸 회장은 "향후 10년 사이 '모빌리티'의 개념이 재정립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스텔란티스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며 합병 이후의 시장 판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기아차 쏘울 단종, 이제 해외서만 볼 수 있다▶ 레이노코리아, 열차단 강조한 틴팅 필름 '얼티넘' 출시▶ 쏘카, 라이드플럭스와 자율주행 서비스 확대
올해 주요 기업 총수들의 신년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점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가 성장한 건 사회가 허락한 기회와 응원 덕분"이라며 "기업이 받은 혜택과 격려에 보답하는 일에는 서툴고 부족했다. 이런 반성으로부터 기업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고객과 사회로부터 받은 신뢰를 소중히 지켜나가고, 긴 안목으로 환경과 조화로운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지속가능 경영을 글로벌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강화해나가는 동시에 경영활동 면면에서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신년 화두로 '사회적 책임'을 내세운 것은 ESG가 글로벌 경영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릿글자를 딴 것으로 기업의 비(非)재무지표를 말한다. 이 ESG가 재무지표와 함께 기업을 평가하는 핵심 잣대로 부상하고 있다. 환경과 사회에 보탬이 되는 기업, 즉 ESG 지표가 높은 기업을 골라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 규모가 작년말 45조 달러(약 5경 원)에 달했고 애플 등 일부 미국 기업은 협력사에 ESG 성과를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유럽 국가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기업에 '탄소세 폭탄'을 떨어뜨릴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이제 ESG는 '하면 좋은 것'에서 '반드시 해야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장)는 것이다. ESG 경영이 '발등의 불'이지만 한국 기업의 ESG 경쟁력은 그리 높지 않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2019년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BBB) 현대자동차(B) SK하이닉스(BB) 포스코(BBB) 등의 ESG 등급은 'B급'이다.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제조업 중심이다 보니 환경(E) 부분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있어서다. 그러다 보니 투자와 생산이 늘면 늘수록 오염물질 배출량이 늘어 ESG 점수는 더 떨어지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실제 2017~2019년 국내 주요 20개사중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 기업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아홉 곳에 그쳤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 등은 오히려 배출량이 20~40%씩 늘었다. ESG는 이제 기업의 생존 키워드가 되고 있다.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ESG 수준을 높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야 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그룹 등은 이미 전담조직을 꾸리고 ESG경영을 적극 실천하고 있다. SK는 2019년부터 각 계열사의 ESG 활동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해 평가에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올해 주요 기업 총수들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ESG경영을 강화할 뜻을 분명히 한 만큼 이런 추세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어떤 환경변화에도 빠르게 적응해온 한국 기업의 스피드·혁신DNA가 ESG경영 시대에도 빛나길 기대해 본다. 차병석 논설위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