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검경 수사권 조정이 본격 시행돼 경찰이 1차 수사종결권 등 막강한 권한을 쥐게 됐지만 연초부터 경찰의 수사력을 둘러싼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논란부터 16개월 영아가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까지 경찰의 부실 수사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해 숨진 정인이 사건과 관련,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됐으나 서울 양천경찰서는 학대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모두 내사종결하거나 불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이 지난해 11월 술에 취해 택시기사를 폭행한 이 차관 사건을 입건조차 하지 않고 내사종결한 것도 대표적인 ‘부실 수사’ 사례로 꼽힌다. 이 사건은 검찰이 재수사 중이다.

수사권 조정으로 이 같은 사례의 재발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작년까지만 해도 경찰은 모든 사건을 검찰에 보내 수사를 제대로 했는지 검토받아야 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경찰은 혐의가 인정된 사건만 검찰에 송치하고,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건은 자체 종결할 수 있다. 경찰의 실수와 부실 수사 등이 검찰에서 바로잡힐 가능성이 없어졌다는 의미다.

검찰 안팎에선 15개월 영아가 학대를 당해 숨진 2019년 ‘강서구 위탁모 아동학대 치사 사건’을 대표 사례로 꼽는다. 경찰은 당시 위탁모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만 조사했다. 그러나 사건을 검토하던 검사가 A씨의 진술에서 모순을 발견하고 A씨를 피의자로 특정해 구속기소한 바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경찰이 수사한 것을 검사가 이중으로 확인하던 과거보다 부실 처리되는 사건이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의신청과 재수사 요청 등 보완장치가 남아 있긴 하다. 검찰은 부패와 경제 등 6대 범죄만 직접 수사할 수 있지만,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사건관계인이 이의신청을 하면 검찰이 수사에 들어갈 수 있다.

다만 아동학대 사건은 구조적으로 이의신청이 힘들다는 분석이 많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어린 아동이나 가해자인 부모가 이의신청을 할 리 만무하다”며 “가정폭력이나 친족 간 성범죄 등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