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전 밝은 모습의 정인이. 입양 뒤 심한 학대로 팔과 다리에 멍자국이 가득하다. [사진=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화면 캡처]
입양전 밝은 모습의 정인이. 입양 뒤 심한 학대로 팔과 다리에 멍자국이 가득하다. [사진=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화면 캡처]
서울 양천구에서 숨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받는 입양모에게 엄벌을 요구하는 진정서가 새해 첫 평일부터 이틀간 180여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종전 것까지 모두 합치면 600건에 가까운 탄원서가 담당 재판부에 제출됐다.

정인이 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표출된 단적인 사례다.

5일 법원에 따르면 입양모 A씨와 남편 B씨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를 심리하는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에 접수된 탄원서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총 566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는 '강력 처벌 진정서' '엄벌 진정서' '엄벌 탄원서' 등이 포함됐다.

전날 오후 5시까지 진정서 152건이 접수된 데 이어 이날 오후 2시50분께 기준으로 약 28건이 추가 접수된 상황. 온라인에서는 독려 캠페인도 벌어지고 있어 첫 재판 전까지 재판부에는 진정서가 계속 접수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홈페이지에 관련 글과 진정서 양식을 올리고 "진정서는 재판 내내 들어가도 된다. 선고일 10일 전까지만 들어가면 되니 앞으로 몇 달간 계속 보내도 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지난달 8일 입양모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양부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부검의에게 재감정을 의뢰했고 살인죄 적용도 재검토 중으로 파악된다.

협회는 오는 13일 시작되는 입양모 재판 일정을 고려해 11일부터 서울남부지법 앞에 근조화환을 설치하고, 가해자 엄벌과 살인죄 적용 등을 촉구하는 1인 시위도 진행할 방침이다.
정인이 추모하는 시민들의 마음 [사진=연합뉴스]
정인이 추모하는 시민들의 마음 [사진=연합뉴스]
SBS 시사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내용에 따르면 정인이는 지난해 10월 3번의 심정지 끝에 숨을 거뒀다. 또래보다 눈에 띄게 왜소하고 온몸이 멍투성이였으며 찢어진 장기에서 발생한 출혈로 복부 전체가 피로 가득 차 있었다. 생후 7개월 무렵 양부모에게 입양된 후 입양 271일 만에 췌장이 절단될 정도의 강한 외력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양모 A씨는 정인이가 말을 듣지 않아 홧김에 흔들다가 자신에게 통증이 와 정인이를 떨어뜨렸다며 단순한 사고였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양부 B씨는 사망 당일 내막이나 학대 사실을 전혀 모른다고 했다.

양천경찰서는 지난해 11월 A씨를 아동학대치사 및 아동복지법상 신체적학대와 방임 혐의로 구속기소의견 송치했다. B씨는 아동복지법상 방임과 방조 혐의에 대해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