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청 직원들이 CCTV 영상을 돌려보며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청 직원들이 CCTV 영상을 돌려보며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있다.
“누군가에겐 생업의 현장입니다. 절대 손님들이 계실 때 역학조사 나온 티를 내시면 안 됩니다.”

정창열 서울시 성동구청 역학조사총괄팀장(민원순찰팀장)은 지난달 29일 역학조사를 위해 모인 구청 직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을 수차례 강조했다. 정 팀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안 그래도 장사가 되지 않는 식당과 술집에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문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재앙”이라며 “역학조사의 제1원칙은 해당 업소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모인 14명의 직원은 성동구청에서 각자 맡은 업무를 하다가 엿새에 한 번 모이는 ‘별동대’다. 성동구는 각 팀에서 한두 명씩 차출, 90여 명의 역학조사팀을 꾸린 뒤 6개 조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차출된 이들은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엿새에 한 번 모인다. 이날은 본업을 내려놓고 오후부터 2인1조로 역학조사 업무를 맡는다. 낮에는 민원을 처리하고, 밤에는 역학조사를 위해 현장으로 나가는 이들은 구청 내에서 ‘슈퍼맨’으로 통한다.

고정명 성동구청 민원여권과 허가민원팀장(59)은 경력 6개월차 슈퍼맨이다. 고 팀장 조에는 이날만 현장 다섯 곳이 배당됐다. 보건소 역학조사관이 확진자와 전화 통화로 알아낸 동선을 직접 현장에 가 확인하는 것이 역학조사원의 역할이다. 폐쇄회로TV(CCTV)가 있는 곳은 확진자가 CCTV에 찍힌 모습을 촬영만 하면 되지만 CCTV가 없는 곳은 가게 주인에게 문의해 확진자가 방문한 날 당시 상황을 정확히 알아내야 한다.

이날 고 팀장의 첫 행선지는 서울 성수동의 한 아파트형 공장. 이곳을 뺀 나머지 네 곳은 모두 술집으로 오후 5시 이후에 문을 여는 곳들이었다. 고 팀장은 “일찍 퇴근하긴 글렀다”며 웃었다. 도착한 공장에는 다행히도 CCTV가 있었다. 하지만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확진자의 얼굴을 사진으로만 익힌 뒤 화질이 좋지 않은 CCTV 화면에서 찾아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경비원과 해당 회사 동료 직원들까지 화면에 매달려 30여 분간 CCTV를 돌려본 결과 겨우 확진 당일 출근길 승강기에서 찍힌 확진자의 모습을 찾았다.

고 팀장은 “역학조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민의 협조”라며 “힘든 시기지만 시민 모두가 힘을 합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