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찰·법무 업무와 관련된 요직을 꿰찬 인물들의 공통점은 ‘사법연수원 23기’와 ‘김앤장 법률사무소’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해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 조상철 서울고검장 등 검찰 내 주요 지휘라인은 모두 사법연수원 23기다. 전임자인 문무일 전 검찰총장보다 다섯 기수 아래인 윤 총장이 2019년 검찰총장으로 ‘파격 발탁’되면서, 조직 안정 차원에서 윤 총장의 동기들이 전진배치됐다.

공교롭게도 검찰 사무를 관장하는 법무부의 1·2인자도 연수원 23기로 채워질 전망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이용구 차관 모두 판사 출신으로 23기다. 법조계에선 박 후보자가 지명된 배경 중 하나로 윤 총장과 동기란 점이 고려됐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최근 ‘윤석열 징계’ 사태 이후 최악으로 치달은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을 원만하게 풀어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담겼다는 얘기다.

‘23기 천하’가 펼쳐진 셈이지만 대결과 갈등 구도는 쉽사리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박 후보자는 한때 윤 총장을 ‘의로운 형’이라 불렀지만, 지난해 대검찰청 국정감사장에선 윤 총장을 몰아세운 바 있다. 박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검찰개혁 주무 부처를 이끌게 되는 만큼 윤 총장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차관은 지난달 법무부 검사징계위원으로 참여해 윤 총장에게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린 당사자다. 현재는 ‘택시기사 폭행’ 논란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은 ‘채널A 강요미수 사건’ 처리 방향을 두고 정면 충돌한 바 있다. 다만 조 고검장은 지난해 윤 총장 징계 사태에서 윤 총장 편을 들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로펌인 김앤장 출신들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자가 김앤장 출신이다. 김 변호사는 판사로 재직한 뒤 1998년부터 2010년까지 12년간 김앤장에서 변호사로 일하다가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을 맡고 있다. 공수처에서 일할 검사들을 선발하는 과정에서도 김앤장 출신이 추가로 유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 민정라인에도 김앤장 출신이 많다. 신현수 신임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명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모두 검찰을 떠난 뒤 김앤장에 몸담은 바 있다. 이인걸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장도 김앤장 출신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과거 정부에서도 김앤장을 거쳐간 법조인 다수가 공직에 등용됐는데,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