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상가 임대료 다툼
지난해 65건…1년 새 2배

5년간 월세 밀린 적 없던 카페
"매출 확 줄어 4개월째 연체 중"
임대인들 "우리도 세금·이자 부담
월세 내리기 쉽지 않다" 토로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인천 중구에서 49㎡ 규모 미용실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지난달까지 석 달째 월세 납부를 연체했다. 2019년 말 개점한 이 미용실은 지난해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매출이 80% 넘게 줄었다. 정부의 영세소상공인 긴급대출을 받아 월세를 내며 버틴 것도 겨우 서너 달. 급기야 작년 10월에는 임대인을 찾아가 당분간 월세를 못 낼 것 같다고 얘기했다. 최씨는 “가게 문을 열고 고작 두세 달 정상 영업한 뒤 1년 가까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며 “다음달부터는 보증금 2000만원에서 월세를 제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1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임차료마저 제때 못 내는 자영업자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시에 접수된 임대료 조정 분쟁 건수는 1년 새 두 배 넘게 늘었다.
“매출 90% 줄었는데 월세 어찌 내나”
코로나가 할퀸 자영업자…월세 못내 임대료 분쟁 2배 늘었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서울시에 접수된 상가 임대차 분쟁 조정 건수는 178건이다. 12월 접수 건수를 제외하고도 2019년 전체(180건)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중 임대료 조정 분쟁 접수 건수는 65건으로 2019년(29건) 대비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전체 접수 건수 중 임대료 조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16.1%에서 36.5%로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영업이 제한된 업종을 중심으로 임차료를 연체하는 일이 많아졌다. 서울 망원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윤모씨(42)는 “5년째 장사하면서 월세를 밀린 적이 없는데, 코로나19 확산 이후 매출이 줄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째 월세를 못 냈다”고 했다. 2019년 말 키즈카페를 연 A씨는 “지난달 매출이 전년 대비 90% 넘게 줄었다”며 “월세와 관리비를 합해 한 달에 700만원 정도를 냈는데 앞으로는 이 정도 금액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한 네티즌은 “평소 한 달 매출이 2000만원 정도였는데 지난달에는 100만원에 불과했다”며 “월 임대료와 관리비가 총 750만원이고 월세를 3개월 밀리면 임대차 계약이 파기되기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적었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정책실장은 “자영업자의 한 달 지출 중 비중이 가장 큰 것은 임차료로 30~40% 정도를 차지한다”며 “임대인에게 임차료를 낮춰달라고 요구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이후 접수된 임대료 조정 분쟁은 임차인이 ‘코로나19로 장사가 안되니 임대료를 낮춰달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임대인도 세금·이자 내야”
상당수 임대인은 “임차료를 선뜻 낮춰주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한다. 대출금이나 은퇴 자금으로 건물을 매수한 임대인이 적지 않아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전국 중소형 상가의 소득 수익률은 0.56%로 전년 동기(0.67%) 대비 0.11%포인트 감소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은퇴 후 임대소득으로 생활하는 사람도 많다”며 “임대인들도 세금과 은행 이자를 내야 하는데 임차료를 받지 못하면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여당은 1월 임시국회에서 세법을 개정해 임대인이 일정 소득 이하 임차인의 월세를 깎아주면 인하액의 70%를 세액공제하도록 할 방침이다. 여당 내에서는 집합금지 조치를 받은 임차인에게 월세를 청구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임대료 멈춤법’을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인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은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임대인을 지원해 이들이 스스로 월세를 깎아주는 식으로 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