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위키드'·'팬텀' 등 개막…"띄어앉기 재조정 절실"
뮤지컬계, 새해 '라인업' 불안불안…"신작 개막 줄어들듯"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잔뜩 움츠렸던 뮤지컬계는 새해를 맞았지만, 희망차게 시작하기는 어려운 처지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뮤지컬 제작사들이 올해 무대에 올릴 작품 리스트인 '라인업'을 확정하지 못하고, 내부 검토에 머물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센데다 주요 공연장이 몰려있는 수도권에서 시행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언제까지 유지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쉽사리 개막 작품을 결정짓지 못하는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한 해의 라인업은 전년도 연말에 공개되지만, 지난해에는 소수 제작사만 라인업을 발표했다.

라인업이 확정돼도 이를 대외적으로 홍보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뮤지컬 홍보를 수년간 맡아온 한 홍보대행사의 관계자는 "이르면 11월 중순에도 라인업 발표가 나오는데 지난해에는 유독 조용했다"며 "코로나 상황이 워낙 시시각각 바뀌다 보니 라인업을 정했다고 해도 개막 연기 가능성 등을 고려해 쉽사리 발표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뮤지컬계, 새해 '라인업' 불안불안…"신작 개막 줄어들듯"
현재까지 공개된 올해의 주요 작품은 1월 '명성황후', '캣츠', 2월 '위키드', '검은 사제들', 3월 '팬텀', 7월 '마리 앙투아네트', 8월 '엑스칼리버', 11월 '레베카' 등이다.

지난해 개막을 예정했다가 코로나19로 일정이 밀린 '맨 오브 라만차'(1월), '마마, 돈 크라이'(5월) 등도 올해 막을 올린다.

이 가운데 25주년 기념공연을 올리는 '명성황후'는 애초 오는 6일 개막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면서 개막일이 2주 뒤인 19일로 늦춰졌다.

제작사에 따르면 이번 공연은 약 2년 전부터 기획돼 배우, 스태프들이 지난 3개월간 연습을 진행해 왔다.

공연을 올릴 준비는 모두 마쳤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면 또다시 개막일이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한 달 뒤인 2월 개막 예정인 작품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위키드'는 2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 공연을 예정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장기공연 대부분이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공연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던 만큼 공연 기간에 어떤 돌발상황이 발생할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인지도 높은 작품들을 위주로 공연을 올리며 버티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아무래도 창작 뮤지컬 등 흥행이 보장되지 않는 신작 작품들은 올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뮤지컬계, 새해 '라인업' 불안불안…"신작 개막 줄어들듯"
무엇보다 뮤지컬계는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조정되는 거리두기 단계별 지침에 즉각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한다.

현재 거리두기 지침에 따르면 공연장은 1단계에서는 마스크 착용 등 기본방역수칙을 지키고, 1.5단계에서는 다른 일행 간 좌석을 띄워야 한다.

2단계에서는 좌석을 한 칸 띄우고, 2.5단계에서는 좌석을 두 칸 띄워야 한다.

3단계에서는 집합 금지가 적용된다.

이 때문에 거리두기 단계가 조정될 때마다 티켓예매를 일괄취소했다 재판매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보통 큰 작품은 한두 달 전에 티켓판매를 하기도 하는데, 일주일에서 이주일 사이에 티켓을 팔아야 하다 보니 예매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5단계에서 좌석을 두 칸씩 띄우는 조치는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뮤지컬 제작사 대표는 "2.5단계로 객석의 30%만 티켓을 오픈하면 이 가운데 절반만 예매가 된다고 보면 된다"며 "좌석을 15%만 채워서 공연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수도권에 2.5단계가 시행되면서는 뮤지컬계는 대부분의 공연이 멈춘 '셧다운' 상태다.

이에 한국뮤지컬제작자협회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정부에 좌석 두 칸 띄어 앉기 지침을 재고해달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