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새해가 밝았다.

음력으로 보자면, 다가올 신축년(辛丑年)은 소의 해이다.

소는 예로부터 건강과 풍요로움의 상징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에 희망이 되는 '백신'(vaccine)의 어원조차 암소를 뜻하는 라틴어 '배카'(vacca)와 소에서 뽑은 천연두 예방 면역물질인 '우두'(vaccinia)에서 따왔을 정도다.

그만큼 소가 우리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중에서도 건강과 관련지어 '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우유'다.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우유 소비량은 연간 80.1㎏에 달할 만큼 적지 않다.

하지만, 사실 역사적으로 우유는 논란이 컸던 식품 중 하나다.

지금이야 완전식품의 대명사가 됐지만, 과거 19세기 후반 유럽과 미국에서 우유는 매우 위험한 식품이었다고 한다.

우유 소비가 급격히 느는데도 소의 사육 환경이 불결한 탓에 질병에 걸린 소가 많았고, 이런 소에서 짠 우유는 냉장도 하지 않은 채 저장됐던 때문이다.

당시 우유가 '하얀 독약'이라는 별명으로까지 불렸던 것을 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이후 살균 처리기술이 발전하면서 우유는 이런 오명을 떨치고 최고의 건강식품이 됐다.

[김길원의 헬스노트] '소의 해' 건강다짐…매일 우유한잔 어떨까
우유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대표적인 게 우유 속 칼슘 성분이다.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가 펴낸 자료를 보면, 우유에 들어있는 칼슘 성분은 마그네슘 성분과 함께 체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조절함으로써 당뇨병 발생을 억제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경기도 안산, 안성 지역의 성인 7천816명을 12년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 우유를 하루 한 컵(200㎖) 이상 마시는 사람은 우유를 전혀 먹지 않는 사람보다 당뇨병 발생 위험도가 15% 낮았다.

우유로 섭취하는 칼슘은 유방암 예방에도 연관성이 관찰됐다.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강대희 교수팀이 2004∼2013년 전국 38개 종합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40∼69세 여성 9만3천306명의 빅데이터(HEXA study)를 기반으로 코호트 연구를 한 결과, 50세 미만 여성이 매일 1컵 이상의 우유를 마시면 유방암 발생 위험을 최대 42%까지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강대희 교수는 "우유 속 칼슘은 유방암 세포에 항증식성을 갖고 있어 유방암 발생에 보호 효과가 있고, 비타민 D는 세포 분화 및 사포 사멸을 증가시켜 유방암 발생 위험을 낮아지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우유 속 칼슘은 혈압조절과 월경 전 증후군의 증상 완화, 체중감량, 대장암 예방, 뇌졸중 예방, 근감소 예방 등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외에서 논문으로 보고된 바 있다.

최근에는 우유를 지속해서 마시면 만성질환의 근원이 될 수 있는 '대사증후군'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와 주목받고 있다.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 고혈당, 고혈압, 고중성지방혈증, 낮은 고밀도 콜레스테롤혈증 중 3가지 이상이 한꺼번에 찾아온 상태를 말한다.

그 자체로 문제일 뿐 아니라 향후 당뇨병과 심뇌혈관질환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경희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대사증후군 및 관련 장애'(Metabolic Syndrome and Related Disorders)에 발표한 최신 논문을 보면, 우리나라 성인(19∼64세) 1만8천206명의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하루 한잔(200㎎) 이상의 우유(기타 유제품 포함) 섭취는 우유를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대사증후군 위험을 12%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

이런 효과는 특히 노년기에 더 두드러졌다.

노인(65세 이상) 5천113명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 하루 한 잔 이상의 유제품 소비는 대사증후군 위험을 20% 낮추는 것으로 평가됐다.

서울의대·중앙의대 연구팀이 전국 38개 종합병원을 방문한 성인 건강검진 수검자 13만420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우유의 이런 효과는 동일했다.

국제학술지 '뉴트리언트'(Nutrients)에 발표된 논문(2017년)에서 연구팀은 남성의 경우 매일 우유 1컵(200㎖), 여성은 매일 2컵을 마시면 대사증후군 위험도가 각각 8%, 32%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우유 섭취 그룹에서 복부비만 위험, 고중성지방혈증 발병 위험이 줄었으며, 남성보다 여성에서 이런 효과가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우유 속 칼슘과 단백질, 필수지방산이 지방흡수와 혈액 내 중성지방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길원의 헬스노트] '소의 해' 건강다짐…매일 우유한잔 어떨까
우유를 통한 당류 섭취가 청소년기 비만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 연구팀이 청소년 식이 조사에 참여한 2천599명을 대상으로 당 섭취와 비만의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 우유를 통한 당 섭취는 비만과 전혀 관련이 없었다.

오히려 우유를 많이 먹는 여학생의 경우에는 과체중과 비만 위험이 절반 수준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우유의 포화지방은 심혈관계질환 위험성을 높이는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일 수 있어 섭취량을 무조건 높여서는 안 된다.

일부에서는 우유가 되레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은 물론 뼈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신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우유를 먹는 게 실(失)보다 득(得)이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현재 한국영양학회가 권장하는 우유 섭취량은 성인 기준으로 하루 1잔(200㎖) 이상이다.

소의 해를 맞아 가벼운 건강 다짐으로 '매일 우유 한잔'을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