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서 일하는 10년차 직장인 이모씨(38)는 온라인 부업을 해보려고 퇴근 후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다. 강의 제목은 ‘수익형 블로그 운영법’과 ‘해외 구매대행 시작하는 법’. 그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 연봉 상승은 기대하기 힘든데 부동산 가격과 체감 물가는 뛰고 있다”며 “별다른 투자 없이 시작할 수 있다고 해 아이들 학원비라도 벌어볼까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여러 개의 밥벌이 수단을 갖는 ‘n잡’ 직장인이 늘고 있다. 사회가 급변하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한 직업에만 충실하기가 쉽지 않아졌다는 얘기다.
배달에 과외, 장사까지…코로나에 '투잡' 뛰는 직장인들

직구 대행부터 뚜벅이 배달까지

직장인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대표적인 n잡 직종은 온라인 판매 채널 운영이다. 온라인 쇼핑 경험이 쌓이면서 “나도 장사를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해외 구매 대행, SNS 마케팅과 관련된 온라인 강좌가 특히 인기다. 유튜브의 무료 강좌뿐만 아니라 클래스101과 같은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서도 유료 강좌가 활발하다. 재능거래 플랫폼 ‘크몽’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부업 관련 정보를 찾는 이들이 급증해 지난 8월부터 취업·투잡 카테고리를 확대했다. 크몽 관계자는 “전년 동기 대비 관련 서비스 등록이 6~7배 늘었다”고 말했다.

별다른 기술 없이 할 수 있는 도보 및 자전거 배달도 인기다. GS25가 운영하는 도보배달 서비스 ‘우리동네 딜리버리’는 가입자가 지난 8월 중순 1000명대에서 이달 5만 명대로 50배 불어났다. GS25 관계자는 “90세 할머니 가입자도 있다”고 말했다.

주 52시간제 시행과 재택근무 확산도 직장인들의 n잡 열풍에 한몫했다. 판교에 있는 정보기술(IT) 분야 대기업에서 프로그래머로 근무하는 김모씨(30)는 틈날 때마다 성인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래밍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주변 동료들의 절반가량은 오프라인 강의를 뛰거나, 온라인 수업을 여는 등 자신만의 부업거리를 하나씩 갖고 있다”고 했다. 취미 모임 앱인 ‘소모임’에는 사진 기반 SNS인 인스타그램에서 맞춤형으로 사진촬영 기술을 서로 공유하거나, 유튜브 채널 운영을 위한 영상제작 기술을 가르치는 등 성인 과외 수업을 하는 사례도 있다.

“예측 힘든 사회…多직업자 증가”

앞으로 두 개 이상의 분야에서 여러 직무를 수행하며 돈을 버는 n잡 직장인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명함관리 앱 ‘리멤버’를 운영하는 드라마앤컴퍼니가 지난달 이용자 12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부업·사이드 프로젝트 등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직장인 66%는 ‘아직 하고 있지는 않지만 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하고 있다’고 응답한 직장인은 23%였다. ‘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다’는 직장인은 11%에 불과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장 5년 뒤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사회 변화 속도가 빨라지며 미래에 불안감을 느끼고 다른 일거리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경제 불안정성이 이런 현상에 불을 지폈다”고 설명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어느 한 직장에 머물러 있지 않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프리랜서의 일상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김남영/안효주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