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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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가동되는 자치경찰제와 국가수사본부를 골자로 한 새로운 경찰 조직 체계가 확정됐다. 이번 개편으로 경찰에 총 537명의 증원이 이뤄지고 고위직 자리가 대폭 늘어난다. 하지만 ‘매머드’급으로 커진 경찰 권력을 견제할 장치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찰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개편안’이 의결됐다고 발표했다.

이 안에 따라 경찰은 국가·자치·수사 등 세 가지 사무에 따라 지휘체계가 나뉜다. 국가경찰 사무(정보·보안·외사 등)는 경찰청장이, 자치경찰 사무(생활안전·교통·성폭력·학교폭력 등 일부 수사)는 시도지사 소속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수사경찰 사무는 국가수사본부장이 각각 지휘·감독한다.

당초 국가·수사경찰과 자치경찰 조직을 완전히 이원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지만 결국 지휘체계만 쪼개고 실제 경찰들의 소속은 기존 조직에 두기로 했다. 사실상 경찰 조직이 ‘한 지붕 세 가족’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새로 신설되는 국가수사본부는 수사업무를 총괄한다. 산하에 2관(수사기획조정관·과학수사관리관), 4국(수사국·형사국·사이버수사국·안보수사국), 1담당관(수사인권담당관)을 둔다. 안보수사국의 경우 경찰이 2024년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대공수사권을 넘겨받기에 앞서 준비 업무를 총괄한다. 국가수사본부장은 아직 임용되지 않아 당분간 대행 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지금까지 검찰이 주도했던 사기·횡령 등 주요 사건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기 위한 개편안도 마련했다. 국가수사본부 수사국 내에 경제범죄수사과와 반부패 공공범죄수사과가 개편·신설되고 시·도경찰청에도 관련 조직을 대폭 확충한다. 서울청에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 금융범죄수사대 등의 조직이 추가로 생기고 경기남부청과 부산청에도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강력범죄수사대를 설치하는 식이다.

내년 7월부터 전국적으로 가동될 자치경찰제에 앞서 경찰청에는 자치경찰담당관을 신설키로 했다. 자치경찰 사무와 관련한 정책수립을 총괄하고 지방자치단체와 관계기관 간 협력·조정 역할을 담당한다. 일반 시민들은 자치경찰이 도입되더라도 경찰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에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각 경찰의 업무와 지휘체계가 달라진 것일 뿐 시민들은 지금과 같이 일선 경찰서 등에서 민원과 신고를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직 개편으로 경찰에는 총 537명의 증원이 이뤄진다.직급별로 살펴보면 치안정감 1명, 치안감 3명, 경무관 12명, 총경 24명, 경정 91명, 경감 39명, 경위 이하 349명, 일반직 18명이다.

비대해진 경찰 권력에 대한 견제방안은 이번 안건에 포함되지 않았다. 경찰위원장의 장관급 격상, 독립적 감시기구인 ‘경찰 인권·감찰 옴부즈맨’ 설치 등의 내용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은 1차 수사 종결권이 생기는 데다 3년 뒤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도 넘겨받는다”며 “견제 장치 없는 공룡경찰 조직을 만들어 놓고 경찰 개혁이라 말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