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파라치'에 포상금…"감시 조장하나" 반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자를 신고하면 포상하는 정부의 ‘코로나19 신고포상제’가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행정이라고 하지만, 시민들끼리 감시를 유도해 사회 불신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코로나19 방역 위반 신고는 급증하는 추세다.

“5명 이상 모였네” 신고하면 상품권

'코파라치'에 포상금…"감시 조장하나" 반발
행정안전부는 연말까지 코로나19 관련 우수신고자 100명에게 전통시장과 상점 가맹점에서 사용 가능한 10만원 상당의 온누리상품권을 지급한다고 지난 23일 발표했다. 24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연말연시 ‘특별 방역대책’에 따라 수도권에서는 식당뿐 아니라 5인 이상의 모든 사적 모임이 금지된다. 집합금지명령 위반 시 3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받거나 구상권이 청구될 수 있다.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자 신고는 행안부의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할 수 있다. 신고사건은 관할 지방자치단체 등 소관 행정기관으로 이관해 처리한다. 지자체들도 가세하고 있다. 22일 경상남도는 코로나19 안전 신고에 참여한 도민 12명을 선정해 도지사 상장과 포상금을 수여했다. 인천, 대전, 부산 등 일부 지자체도 방역수칙 위반 신고자를 선정해 최대 1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는 취지지만 일각에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기본권 제한을 방역을 명분으로 손쉽게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로 신고하게 하는 것은 지나친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며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보다 오히려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감시사회 같아…초상권 침해 논란도

각종 SNS에서는 ‘코로나19 위반 신고법 총정리’ ‘모임 신고해서 돈 벌자’ 등의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맘카페에서는 “5명 이상 모여있는데 가족끼리는 식당에서 먹어도 되지 않느냐” 등 관련 질문이 잇따른다.

서울대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는 “사적 모임도 신고하면 포상한다는 발상이 어이가 없는 조치라고 생각해 외신 특파원에 제보했다”는 글도 올라왔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손모씨(28)는 “방역이 우선인 건 알지만 전 국민을 방역 감시망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거부감이 든다”고 말했다. 성동구 주민 한모씨(23)는 “효과는 있을 것 같다”면서도 “시민들이 방역에 충분히 협조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고 했다.

안전신문고에 따르면 지난 11월 한 달간 약 1만 건이던 코로나19 위반 신고는 최근 급증했다. 이달 24일까지 집계한 위반 건수만 약 1만9000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신고 시 사진과 영상을 첨부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초상권 침해 소지도 있다. 이채승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는 “순수 신고 목적이라면 사생활 혹은 초상권 침해에 해당하기엔 위법성이 조각(배제)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개인 소장이나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위법 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