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한글유산 '말모이' 원고 등 6건은 보물 지정
조선왕실 하사품 '기사계첩', 보물서 국보로 승격됐다

왕실 하사품이 완전하게 갖춰진 채 300년 넘게 풍산홍씨 후손에 전해진 '기사계첩 및 함'이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됐다.

문화재청은 기사계첩 및 함을 국보로 지정하고,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1', '경진년 연행도첩', '말모이 원고' 등 조선 시대 서책 및 회화, 근대 한글유산 등 6건을 보물로 지정했다고 22일 밝혔다.

기사계첩(耆社契帖) 및 함(국보 제334호)은 18세기 전반을 대표하는 궁중회화로, 1719년(숙종 45년) 숙종의 기로소(耆老所) 입소를 기념해 제작됐다.

계첩은 행사에 참여한 관료들이 계를 조직해 만든 화접을 말한다.

기로소는 나이 70세를 넘은 정2품 이상 문관을 우대하던 기구로, 당시 숙종은 59세로 때가 되지 않았으나, 태조 이성계가 60세에 들어간 전례를 따라 다소 이른 나이에 입소했다.

기사계첩은 기로소에 입소한 관료(기로신)들에게 나눠줄 11첩과 기로소 보관용 1첩을 포함해 총 12첩이 제작됐는데, 완성 시기는 1720년이다.

현재 기사계첩은 총 5건이 전한다.

이 중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본은 지난해 국보 제325호로 지정됐고, 이화여대박물관이 소장한 1건은 보물로 지정된 상태다.

2건은 비지정문화재다.

이번에 국보로 지정된 기사계첩은 현존 다른 기사계첩과 구성이 유사하다.

기로소 문신 임방(1640∼1724)이 쓴 서문, 경희궁 경연당 연회에서 숙종이 지은 글, 대제학 김유(1653∼1719)의 발문, 행사 참석자 명단, 행사 기록화, 기로소 문신 11명의 명단과 이들의 초상화, 기로신들이 쓴 축시, 계첩 제작자 명단이 수록돼 있다.

특히 이 계첩은 함(內函, 궤 안에 담는 함), 호갑(護匣, 가방 형태의 보자기), 외궤(外櫃, 맨 바깥 상자)로 이뤄진 삼중 보호장치 덕분에 하사 당시의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조선왕실 하사품 '기사계첩', 보물서 국보로 승격됐다

보물 제1051-5호로 지정된 '분류두공부시(언해) 권11'은 1481년에 홍문관 학자들과 승려들이 왕명을 받아 당나라 시인 두보의 '두공부시'(杜工部詩)를 내용별로 분류하고 우리말로 번역해 편찬한 '분류두공부시(언해)'의 권11에 해당하는 책이다.

훈민정음 창제 이후 최초로 간행한 번역시집이다.

조선왕실 하사품 '기사계첩', 보물서 국보로 승격됐다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언해) 권상1의2'(보물 제1219-4호)는 당나라 불경에 세조가 한글로 어미와 조사 등을 단 것을 기초로 판본을 만들어 금속활자로 간행한 불경이다.

줄여서 '원각경'(圓覺經)이라고도 불리는데, 고려 시대 이후 사찰에서 수행을 위한 교과목 중 하나로 채택돼 널리 유통됐다.

조선왕실 하사품 '기사계첩', 보물서 국보로 승격됐다

'경진년 연행도첩'(보물 제2084호)은 1760년 11월 2일 한양에서 연경(燕京, 지금의 베이징)으로 출발해 이듬해 4월 6일 돌아온 동지사행(冬至使行)의 내용을 영조가 열람할 수 있도록 제작한 화첩이다.

조선왕실 하사품 '기사계첩', 보물서 국보로 승격됐다

이번 보물 지정에는 '말모이 원고', '조선말 큰사전 원고', '효의왕후 어필 및 함' 등 조선∼근대 한글유산 3건도 포함됐다.

'말모이 원고'(보물 제2085호)는 학술단체인 조선광문회 주관으로 한글학자 주시경(1876∼1914)과 그의 제자 김두봉(1889∼?), 이규영(1890∼1920), 권덕규(1891∼1950)가 집필에 참여했다.

'말모이'는 말을 모아 만든 것이라는 뜻으로, 오늘날 사전을 의미하는 순우리말이다.

집필자들은 1911년부터 1914년까지 집필에 매진했지만, 편찬을 끝내지는 못했다.

조선왕실 하사품 '기사계첩', 보물서 국보로 승격됐다

'조선말 큰사전 원고'(보물 제2086호)는 조선어학회(한글학회 전신)에서 1929년부터 1942년까지 작성한 사전 원고의 필사본 교정지 총 14책으로 한글학회(8책), 독립기념관(5책), 개인(1책) 등 총 3개 소장처에 분산돼 있다.

특히, 1950년대 '큰사전' 편찬원으로 참여한 고(故) 김민수 고려대 교수의 유족이 소장하고 있는 개인 소장본은 '범례'와 'ㄱ' 부분이 실린 미공개 자료로, 이번에 함께 지정됐다.

조선왕실 하사품 '기사계첩', 보물서 국보로 승격됐다

'효의왕후 어필 및 함-만석군전·곽자의전'(보물 제2087호)은 정조 비 효의왕후(1753∼1821)가 한글로 쓴 '만석군전'과 '곽자의전' 본문, 효의왕후의 발문과 왕후의 사촌오빠 김기후의 발문이 담긴 '곤전어필(坤殿御筆)'이란 제목의 책과 이를 보관한 오동나무 함으로 구성된다.

효의왕후는 조카 김종선에게 중국 역사서인 한서(漢書)의 '만석군석분'과 당나라 역사책인 신당서(新唐書)의 '곽자의열전'을 한글로 번역하게 한 후 그 내용을 1794년 필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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