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여파 사주·관상·타로 다시금 유행
"맹신은 자기 발전 막아" 부정적 시각도


"사주를 보면서 해외 나갈 운이 있는지 확인해보려고 해요."

대학 졸업반인 이모(24)씨는 내년 1월 친구들과 함께 사주를 보기로 했다.

올해 초 중국 상하이(上海)로 교환학생을 갈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계획이 취소되면서 장래 진로가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사주 비용 4만~5만원이 부담되지만 언제 취업할 수 있는지도 알고 싶어 이곳저곳 (사주를) 보러 다니는 편"이라며 "현실에서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지만 운세를 보면서 위로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조언과 위로받아"…운세에서 희망 찾는 청년들
최근 SNS에서는 이씨처럼 사주, 타로, 관상 등으로 운세에 관심을 두는 청년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타로나 관상, 사주 관련 게시물은 10만 개가 넘는다.

지난 2일 포털사이트에서 한 관상 테스트 앱이 20대 인기 검색어에 들기도 했다.
[SNS세상] 미래가 안 보여서?…젊은층서 운세보기 유행하는 이유는

대학 졸업 후 계약직으로 근무 중인 최수린(가명·26)씨는 "지금 다니는 회사는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떠나야 하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취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생겼다"며 "사주 풀이에서 내가 불안해하는 것에 대해 좋은 답이 나오면 왠지 안심된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이 모이는 각종 시험 커뮤니티에도 '미래가 답답해서', '시험에 낙방해서'와 같은 이유를 내세운 사주 관련 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한 취업 준비 카페 이용자는 5일 취업이 되지 않아 생활비를 아끼고 있다며 "사주를 봤더니 내년부터 10년 동안 '대운'(大運)이 든다고 하더라. 조금만 힘내자"라고 다짐하는 글을 적었다.
[SNS세상] 미래가 안 보여서?…젊은층서 운세보기 유행하는 이유는

운세에 대한 청년층 관심이 높아지자 사주나 타로를 해석해주는 온라인 콘텐츠도 늘어나고 있다.

타로 해석 영상 중에는 조회 수가 70만 회에 육박하는 것도 있다.

운세 콘텐츠 제공 위주로 활동하는 유튜버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약 3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사주 유튜버 도화도르(본명 김정훈·27)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20대 사주 유튜버인 만큼 또래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고시·공시 합격하는 사주의 비밀','언택트 시대에 부자 되는 사주' 등 콘텐츠를 올린다"며 "구독자 중 약 60%가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일 정도로 젊은 층 관심이 뜨겁다"고 말했다.



◇ 전문가 "지나친 의존 경계해야"…청년정책 강화 요구도
그러나 젊은이들이 사주나 타로 등에 지나치게 관심을 가지면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없다고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사주명리학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미신 아니냐는 시각이다.

트위터 한 이용자는 "운세를 자주 보러 다녔는데 자신의 행동이나 상황, 결정에 암묵적으로 제약을 두게 되더라"며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땐 운세 탓으로만 돌리고 스스로 돌아보지 않게 된다"고 적었다.

다른 이용자도 "운세를 본 대로 인생이 흘러갈 수 있고, 젊은 나이의 무한한 가능성을 오히려 막히게 하는 것 같다"며 "미신적인 부분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비과학적인 사주 등에 대한 청년층 의존도를 낮추려면 코로나 여파로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등 유행어가 확산되는 현실을 타개할 청년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년들 사이에서 점이나 사주에 의존하는 '미신심리'가 퍼지는 이유는 불확실한 코로나 상황 속 극심한 불안에서 기인한다"며 "지나치게 의존하면 운명주의자가 된 채 노력을 하지 않거나, 운세 풀이에 중독돼 주도적인 판단을 해칠 수 있으므로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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