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검찰 인사부터 파열음…두 차례 장관 지휘권 발동 거쳐 직무정지
[결산2020] 정면충돌 거듭 秋·尹 대립, 사의·징계로 일단락
올해 내내 이어진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의 갈등과 충돌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와 추 장관의 사의 표명으로 일단락됐다.

두 사람은 추 장관 취임 직후부터 사사건건 대립하다가 갈등의 수위가 점점 높아져 헌정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라는 극한 대치에까지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추 장관은 '검찰 개혁'이란 명분으로 검찰 역사상 이례적인 조치를 연달아 지시했고, 윤 총장은 이런 조치들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다고 반발하며 '마이웨이'를 고수했다.

[결산2020] 정면충돌 거듭 秋·尹 대립, 사의·징계로 일단락
◇ 추미애-윤석열, 검찰 인사 두고 시작부터 파열음
추 장관과 윤 총장은 추 장관 취임 직후 단행한 검찰 인사에서부터 부딪혔다.

추 장관은 1월 8일 검사장급 승진·전보 인사를 앞두고 인사안에 대한 의견을 듣겠다며 윤 총장을 인사위원회 개최 30분 전에 법무부로 호출했다.

윤 총장 측은 그러나 이를 거부했다.

법무부가 인사 명단을 주지도 않고 의견을 내라는 건 총장 의견을 실제 인사에 반영할 의사가 없는 것 아니냐는 취지였다.

당일 저녁 전격 발표된 법무부 인사에서 윤 총장을 보좌한 대검 참모진 등은 대부분 좌천성 지방 발령을 받았다.

이들 대부분이 청와대와 여권을 겨냥한 수사를 지휘했다는 점에서 징계성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증인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는 진정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도 충돌했다.

대검이 이 사건을 대검 감찰부가 아니라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 배당하자 추 장관은 대검 감찰부가 먼저 중요 참고인을 직접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추 장관은 대검이 "감찰 사안을 마치 인권 문제인 것처럼 변질시켰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갈등은 윤 총장과 친분이 깊은 한동훈 검사장이 거론된 채널A 전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으로 한층 증폭했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당시 부장검사)의 수사를 두고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해 이모 전 채널A 기자의 기소 여부에 대한 의견을 듣기로 하자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자기 편의적으로 조직을 이끌어가기 위해 법 기술을 부리고 있다"며 우회 비판했다.

추 장관은 수사 대상에 오른 한 검사장을 부산고검 차장검사에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격 발령내고 법무부가 직접 감찰하겠다고도 발표했다.

더 나아가 추 장관은 역대 두 번째로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윤 총장에게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중단하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독립성을 보장하라고 지휘했다.

이런 갈등 국면은 결국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지시 내용을 사실상 수용하면서 일단락됐다.

윤 총장과의 갈등이 수면 아래로 잠시 가라앉았던 9월, 추 장관은 아들의 군 복무 시절 병가 연장 특혜 의혹 수사로 사퇴 압박까지 받으며 한 달 내내 곤욕을 치렀다.

그달 말 서울동부지검 수사팀은 '추 장관 아들의 휴가 연장 과정에 외압은 없었다'며 추 장관과 아들 등 핵심 인사들을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선 추 장관이 앉힌 김관정 동부지검장이 정권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추석 연휴 전에 무혐의 처리 발표를 서둘렀다는 비판이 나왔다.

[결산2020] 정면충돌 거듭 秋·尹 대립, 사의·징계로 일단락
◇ 라임 사태 이후 갈등 치닫다 총장 징계청구·직무배제로 정점
두 사람의 갈등이 극으로 치달은 건 10월부터다.

추 장관은 라임자산운용 사건과 관련한 검사 술 접대 의혹과 야권 정치인 로비 은폐 의혹이 불거지자 윤 총장이 보고를 받고도 제대로 수사 지휘하지 않은 의혹이 있다고 공개 비판했고, 윤 총장 측은 "중상모략"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자 추 장관은 법무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가 진행되던 10월 19일 윤 총장에게 "라임 로비 의혹과 총장 가족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를 중단하라"며 두 번째로 장관의 수사 지휘권을 발동했다.

일단 이를 수용한 윤 총장은 사흘 뒤 열린 대검 국감에서 "검찰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작심 발언들을 쏟아냈다.

이날 국정감사 이후 윤 총장은 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1위에 올랐다.

추 장관과 여권이 윤 총장을 몰아붙였다가 도리어 윤 총장의 정치적 중량감을 키워준 셈이 됐다.

두 사람의 강 대 강 대치는 지난달 24일 추 장관이 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 징계 청구와 직무집행 정지 명령을 내리면서 정점으로 치달았다.

윤 총장은 주어진 임기를 채우겠다는 굳은 의지를 밝히면서 곧바로 직무배제 효력을 중단해달라는 집행정지를 법원에 신청해 추 장관에 맞섰다.

추 장관은 이에 지지 않고 검사징계위원회 개최를 강행하기로 했지만, 법원의 집행정지 인용과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징계 청구 부당' 판정에 한발 물러서며 징계위 개최 시기를 연기했다.

징계위는 10일과 15일 등 두 차례 회의를 열였으며, 두번째 회의가 이어진 16일 새벽 윤 총장의 징계 수위를 정직 2개월로 결정했다.

추 장관은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해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제청하면서 자신도 장관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재가했고, 추 장관의 사의에 대해서도 "거취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며 사실상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추 장관과 윤 총장이 1년간 끌어온 갈등 국면은 일단락되게 됐다.

다만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사의 표명과는 무관하게 징계 불복 소송을 이어간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검찰 내 분위기가 안정을 찾기는 힘들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