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16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판사 사찰 문건 지시’와 ‘채널A 사건 수사·감찰 방해’ 등 주요 혐의가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다. 당초 거론되던 ‘해임’이나 ‘정직 3~6개월’에 비해 징계 수위가 다소 낮아졌다.

법조계에선 ‘친여(親與) 일색’으로 꾸려진 징계위마저 윤 총장의 직을 박탈할 만한 증거를 확인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지시와 수사 방해 등은 향후 직권남용 등 형사 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 비리 혐의”라며 “그런데도 해임을 밀어붙이지 못한 건 징계위로서도 징계 정당성에 자신이 없었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각에선 신성식 징계위원(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윤 총장의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표결에서 기권했다는 얘기마저 흘러나왔다.

징계위가 여론의 후폭풍과 향후 불복 소송전에서의 패소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전략적 선택’을 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윤 총장에게 내린 직무집행정지 조치가 이후 서울행정법원에 의해 뒤집힌 데 따른 ‘학습 효과’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징계위가 직무정지 2개월 정도는 법원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로 판단하지 않아 윤 총장 측의 징계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들어주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직 카드’를 꺼내 들면 해임 의결 시 “검찰청법에서 보장한 검찰총장의 2년 임기를 무너뜨렸다”는 비판을 차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분석도 있다. 정직 2개월만으로 충분히 실리를 챙길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현 정권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권력형 비리 수사가 윤 총장의 리더십 부재 속에 당분간 표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 총장이 2개월 뒤 직무에 복귀할 즈음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출범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 일각에선 윤 총장이 복귀하면 공수처가 그를 1호 수사 대상으로 삼아 재차 직무에서 배제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한편 전날 오전 10시30분부터 무려 17시간 넘게 회의를 이어간 징계위는 추 장관이 제기한 징계청구 혐의 6개 중 4개가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윤 총장이 자신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비호하기 위해 ‘채널A 강요 미수 사건’ 수사와 감찰을 방해했다는 의혹,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을 맡은 재판부에 대한 이른바 ‘판사 사찰 문건’ 작성 관련 의혹, 윤 총장이 정계 진출과 관련해 명확히 선을 긋지 않았다는 혐의 등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