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대학원에 입학한 이모씨(26)가 온라인으로 학교 오리엔테이션 강의를 듣고있다. 최다은 기자
올해 미국 대학원에 입학한 이모씨(26)가 온라인으로 학교 오리엔테이션 강의를 듣고있다. 최다은 기자
지난해 미국 텍사스주의 한 대학원에 입학한 박모씨(26)는 입학 후 ‘올빼미족’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한국에서 컴퓨터로 수업을 듣는다. 박씨는 “시차 때문에 밤에 수업을 듣고 새벽에 과제나 추가 공부를 하다보면 아침 6시 정도에 취침한다”며 “오후 2시 반쯤 일어나는데 수개월째 이 생활을 하다보니 건강이 악화되기도 하고 현지에서 친구를 못 사귀니 언어가 잘 늘지 않는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앗아간 유학생활

국내외를 막론하고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상당수의 유학생들이 귀국해 이른바 ‘랜선 유학생활’을 하고있다. 한 유학생은 “사실상 ‘사이버 외국어대’에 다니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아쉬움을 표출했다.

시차 때문에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하다보니 건강이 악화되기도 한다. 수업이 한국시간으로 밤이나 새벽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이에 생활패턴이 맞춰지기 때문이다.

미국 카네기멜론대 학부생인 김모씨(21)는 “공대라 가뜩이나 컴퓨터를 많이 쓰는데 수업까지 온라인으로 들으니까 하루종일 컴퓨터만 보게 된다”며 “밤낮이 바뀌고 집에서 컴퓨터만 보고 있으니까 유학생활이 아니라 폐인생활을 하게되는 것 같다”고 했다.

유학생들이 꿈꿔온 해외 생활을 누릴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크다.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국모씨(28)는 “한국에서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학점 채울 수 있다고 하지만 학위 취득 자체가 목적이 아니지 않느냐”며 “새로운 환경에서 타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경험을 하고 싶었는데 코로나19로 그게 어려워 사실상 유학의 의미가 퇴색됐다”고 말했다.

美 유학비자 발급도 줄어

휴학을 하거나 입학을 연기하는 학생들도 있다. 내달 초 온라인 개강을 앞두고 있던 이지연 씨(26)는 입학연기를 고민 중이다. 기대했던 유학 생활을 누릴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수업 오리엔테이션(OT)을 들었는데 한국 시간으로 새벽 3시에 시작하더라”며 “OT만 들어봐도 앞으로 얼마나 불편한 생활을 해야 할지 예상이 되더라”라고 했다. 그는 “수업의 질이 높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며 “이럴 바에는 다음 학기에 다니는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올해 미국 유학 비자인 F1 비자 발급건수는 크게 줄었다. 지난해 1~9월 발급건수는 약 1만7200건이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약 6500건으로 62% 줄었다. 서울 강남의 한 유학원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유학 지원생이 줄었다”며 “다만 장기적인 목표를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계획대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