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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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와 시민 90여명이 한국과 중국 정부를 상대로 대기 중 미세먼지 피해보상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내에서 미세먼지 문제가 법정다툼으로까지 번진 첫 소송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 (부장판사 허명산)는 최열 환경재단 대표와 시민들이 대한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11일 각각 기각, 각하 판결했다. 각하는 소송에 필요한 조건을 갖추지 못해 본안 판단을 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을 뜻한다. 2017년 처음 소송이 제기된 지 3년만이다.

최 대표 등은 “대한민국 정부가 미세먼지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국민의 안전 및 행복추구권 보장을 게을리 했다”며 소송을 냈다. 중국 정부에 대해서도 “중국이 오염물질을 허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관리하지 않은 것은 국제 규범 위반"이라며 양국 정부에 1인당 300만원씩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이어진 재판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미세먼지 원인과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이 소송에 대한 답변이나 출석 자체가 중화인민공화국 주권이나 안보를 침해하는 것이고, 중국과 한국 사이에 체결된 사법공조조약에 위배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설령 국민들이 미세먼지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런 사정만으로 대한민국이 원고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미세먼지와 관련된 직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우리법원에 재판관할권이 없다"고 말했다. 한 국가를 다른 국가의 법정에 세울 수 없도록 한 '주권면제' 원칙을 따랐다는 취지다.

최 대표 대리인은 이날 항소 여부에 대해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논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