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3차 대유행에 의료진 피로도 '심각' 수준 넘어서
사흘째 700명 육박…'번아웃' 의료진 "언제 끝날지 몰라 지쳐"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확산하면서 일선 의료진의 피로도가 심각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11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가 사흘째 700명 선에 근접하면서 의료진들 사이에서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자조도 나온다.

의료진들은 심각한 피로와 스트레스를 호소하면서도 결국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라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

최근에는 신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올 뿐만 아니라 위중증 상태의 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나면서 의료진의 업무 부담이 많이 늘어난 상태다.

인공심폐장치(에크모·ECMO)를 달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코로나19 환자는 언제든 상태가 위험해질 수 있어 의료진이 지속해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에크모 치료를 받는 환자에 필요한 의료인력은 일반 환자의 2∼3배에 달한다.

전날 대한흉부외과학회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새 코로나19 위중 상태로 에크모를 시행한 환자가 10명이나 급증했다.

서울대병원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병동(DICU)에서 근무하는 이은준 수간호사는 "에크모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가 계속 생기고 있어 모두 집중해서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중증 환자가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안도 의료진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이 간호사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모든 의료진이 지쳐 있다"면서도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니까 담담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환자뿐만 아니라 기존 입원 환자 치료와 병원 내 감염 관리 등의 업무까지 더해지면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는 의견도 나온다.

손장욱 고대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이) 1년째 지속하면서 다들 힘든 와중에 최근 환자가 폭증해서 전부 '번아웃'"이라며 "임상 의사들은 환자만 보는 게 아니라 원내 확진자 발생이나 유입 등 감염관리를 병행해야 하다 보니 더 고생스럽다"고 말했다.

의료진뿐만 아니라 역학조사관도 지쳐있긴 마찬가지다.

지난달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이 지난달 경기도 역학조사관 20명을 집단면접한 결과, 참여자의 80%는 정서적 탈진을 호소했다.

20명 중 5명은 울분 수준이 '심각'한 상태였다.

참여자 다수는 꿈에서도 역학조사를 할 정도로 스트레스 수위가 높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