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차파트너스가 국내 최대 시내버스 사업자에 등극했다. 지난해부터 서울, 인천, 대전 시내버스 회사들을 잇따라 인수한 데 이어 서울의 중견 시내버스 회사인 동아운수까지 사들이면서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준공영제 영역을 PEF가 장악하면서 지방자치단체들도 제도 개선 검토에 들어갔다.
신생 PEF 차파트너스, 버스회사 9곳 잇달아 인수…최대 사업자 등극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차파트너스는 지난 9일 동아운수 최대주주인 임상욱 대표 등으로부터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가격은 620억원으로 지분 일체와 시내버스 208대, 차고지 등의 자산이 포함된다. 이번 계약으로 임 대표 등 기존 주주들은 동아운수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차파트너스가 전문경영인을 선임하게 된다.

지난해 6월 설립된 차파트너스는 준공영제가 적용되는 전국의 시내버스 회사들을 무섭게 사들이고 있다. 서울의 한국BRT와 인천의 명진교통, 송도버스, 강화선진, 삼환교통, 인천스마트에 이어 대전의 2개 버스회사까지 1년 6개월만에 총 9개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버스 총 900여대를 보유한 전국의 최대 버스사업자로 올라섰다.

그동안 시내버스 시장에는 중소업체들이 난립해왔다. 서울 시내버스 사업자만 해도 65곳에 이른다. 시내버스와 고속버스, 공항버스 등을 모두 운영하는 KD운송그룹을 제외하고 시내버스 부문에서는 흥안운수가 가장 큰 사업자였다. 흥안운수는 삼화상운과 한성여객, 서울교통네트웍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버스업계 관계자는 “차파트너스가 동아운수 인수로 흥안운수를 제쳤다”며 “경영권을 내놓는 준공영제 버스회사만 인수대상으로 삼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04년 서울시를 시작으로 주요 지자체들이 도입한 준공영제는 버스 운행과 차량 관리를 각 민간회사가 맡고 노선 설정, 통합환승 할인 등 공적인 부분에 대해선 지자체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제도다. 모든 버스 운송 수익금은 공동 관리해 분배하고, 표준운송원가에 따라 산정된 비용대비 수입 부족분은 지자체가 세금으로 메워준다. 올해 서울시가 시내버스에 투입한 지원금은 6000억원에 달한다.

지자체들은 PEF의 진출이 시내버스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PEF가 버스회사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재매각, 고배당 등으로 오히려 버스회사가 부실해질 우려도 나오고 있어서다. 서울시는 시내버스 회사의 최대주주 변경시 시와 사전 협의하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은 시내버스의 최대주주가 변경되더라도 시가 관여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며 “세금이 투입되는 영역인 만큼 사전 협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차파트너스는 추가로 시내버스를 인수해 대형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버스회사가 갖고 있는 부동산 등 자산을 활용해 친환경 충전소 사업을 추가하는 등 사업리모델링도 꾀할 계획이다. 차파트너스 관계자는 “정부의 ‘그린뉴딜’ 방향에 부합하는 수소, 전기 등 친환경 충전소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며 “버스회사의 대형화로 비용을 줄이면 중장기적으로는 준공영제로 투입될 세금을 절감하는 효과도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수정/김채연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