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이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지난 7일 이른바 '판사 사찰' 의혹 관련 안건을 상정해 논의하고도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최종 부결한 데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추미애 장관은 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어제 전국 법관회의에서 '판사 개인 정보 불법 수집 사찰'에 대한 의제를 채택했지만 법관들은 정치 중립을 이유로 의견 표명을 삼갔다"면서 "법의 수호자인 법관에게 어느 편이 되어달라는 기대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그들의 주저와 우려에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썼다.

그는 "판사 개인정보 불법수집 사찰' 의제는 판사 개개인 생각과 느낌을 묻는 것이 아니었다"며 "재판 목표이자 기준인 민주주의적 가치, 인권과 공정이 위협받고 있고 대검찰청의 판사 개개인에 대한 불법정보 수집으로 헌법 가치를 수호하고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단해야 할 법관을 여론몰이할 때 사법정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사회적 위기에 대한 사법부 입장을 묻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법관 침묵을 모두 그들만의 잘못이라 할 수 없다. 정치를 편 가르기나 세력다툼 쯤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어느 편에 서지 않겠단 경계심과 주저함이 생기는 건 어떤 의미에선 당연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등이 통과되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등이 통과되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장관은 법관대표회의가 열린 7일 천주교 성직자 4000여명이 시국선언 한 것을 거론하며 "기도소를 벗어나 바깥세상으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과도한 검찰권 행사와 남용으로 인권침해가 이뤄지고, 편파수사와 기소로 정의와 공정이 무너지는 작금의 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표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정의와 공의로움 없이 종교가 지향하는 사랑과 자비 또한 공허하다는 종교인의 엄숙한 공동선에 대한 동참이지, 어느 쪽 정치세력에 편드는 것이 아닐 것"이라며 "세속을 떠난 종교인은 세속의 혼돈을 우려하고 꾸짖었으나 세속의 우리는 편을 나누어 세력화에 골몰한다면 정의의 길은 아직 한참 먼 것"이라고 했다.

추미애 장관은 "정치중립은 정치 무관심과 구분돼야 한다. 인간이 사회 구성원으로 존재하는 한 정치에 대한 관심과 관여는 누구나의 의무"라며 "우리가 몸담은 사회가 어디로 가는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알고, 관여할 의무가 누구에게나 있다. 정치는 오히려 편 가르기를 시정하고 치유하는 과정이며, 포용을 통해 사회의 지속적 발전을 이끄는 것이 목표"라고 역설했다.

앞서 전국 법관들의 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는 7일 이른바 '판사 사찰' 문건에 대해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공식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 회의에서 안건으로 정식 상정했지만 입장문 채택은 최종 부결 처리했다. 법관 사이에서 '공식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는 결론이 도출된 탓에 사실상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힘이 실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