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재판에서 이 부회장의 형량에 영향을 미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게 나왔다. 세 명의 전문심리위원들은 ‘준법감시위가 미흡하다’는 부정적 입장, ‘준법감시위는 진일보한 것’이라는 긍정적 입장 그리고 ‘현 단계에서 판단하기 이르다’는 유보적 입장에 한 표씩을 던졌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오는 21일 전문심리위원들의 평가에 대한 검찰 측과 이 부회장 측 의견을 듣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당초 21일로 예정된 결심공판은 30일로 늦춰지게 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7일 속행하고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을 평가한 전문심리위원들의 의견을 들었다. 앞선 기일에서 재판부는 준법감시위원회의 지속가능성과 실효성이 입증될 경우 이 부회장에 대한 양형 요소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법원 측이 선정한 전문심리위원인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삼성그룹의 준법감시위가 이전보다 강화된 준법감시활동을 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새로운 위험 유형을 정의하고 감시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점, 준법감시위의 권고를 관계사가 따르지 않을 때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검찰 측이 선정한 전문심리위원인 홍순탁 회계사는 “준법감시제도가 실효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게 상식”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홍 회계사는 “핵심적인 모니터링 체계는 여전히 공백이고, 활동 내역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 외에는 실효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이 추천한 김경수 변호사는 “준법감시위 출범은 근본적인 구조적 변화”라며 “진일보한 건 틀림없다”고 말했다. 이어 “짧은 시간에 하다 보니 쫓기긴 했지만 막상 현장을 가보니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전문심리위원들이 발표한 내용을 조만간 서울고법 홈페이지에 공개할 예정이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