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이 판사들의 재판 진행방식과 성향 등을 분석한 문건과 관련 판사들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봉수(47·사법연수원 31기)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망 '이프로스'에 쓴 글에서 "지금까지 관행처럼 재판부 판사 개인정보를 수집해왔다면 지금이라도 중단해주기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이봉수 부장판사는 "재판장에 관한 정보수집은 가능하다"면서도 "그 주체는 어디까지나 공판검사여야 하고 정보수집 범위도 공소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로 제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재판장의 종교·출신 학교·출신 지역·취미·특정 연구회 가입 여부 등 사적인 정보는 공소 유지와 관련이 없다"며 "형사절차에서 이런 사적 정보들을 참고했을 때와 참고하지 않을 때 무슨 차이가 있다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고 했다.그러면서 "판사에 관한 사적인 정보수집은 부정한 목적을 위해 활용할 의도가 아니라면 무의미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민감한 정보는 법령에 특별한 근거가 없으면 함부로 처리할 수 없고,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중대 범죄행위"라고 덧붙였다.김성훈(48·28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역시 게시글을 통해 "현 상황에 법관대표회의 또는 법원행정처의 적절한 의견 표명, 검찰의 책임 있는 해명,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적 조치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라며 이같이 밝혔다.김성훈 부장판사는 특히 문건 내용에 특정 판사가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에 포함됐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을 두고 "이런 내용은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문서 작성자가 어떤 경위로 알게 된 것인지, 수사기록에서 불법적으로 온 것인지 명확하게 말하지 못하고 있다"며 "판사 뒷조사 문건은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위험이 크다. 이에 관해 논하는 것은 재판 공정성·중립성에 해가 되지 않으며 더 큰 공익에 봉사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앞서 장창국 제주지법 부장판사는 지난달 25일과 이달 3일 두 차례 내부망에 글을 올려 법원행정처에 대응을 촉구하고 7일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송경근 청주지법 부장판사도 전날 "법관대표회의가 독립성 침해 우려를 표명하고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원칙적인 의견을 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다만 신중론에 무게를 싣는 목소리도 있었다. 차기현(43·변호사시험 2회) 광주지법 판사는 법원 내부망 글에서 "최근 이슈가 그 실체에 비해서는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다뤄지고 있는 사항인 만큼 공식 기구에서 의견이 수렴되는 과정을 차분히 지켜보면 좋겠다"고 주장했다.그러면서 "혹여라도 이 문제로 판사 사회에서까지 격한 대립이 발생하고 있고 조용하던 게시판이 갑자기 '달아오르고 있다'는 느낌으로 외부에 전해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했다.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법무부가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다시 직무에 복귀시킨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법무부를 대리하는 이옥형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법무부는 오늘 자로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에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즉시항고는 법원의 결정 등에 불복해 상급 법원에 항고하는 절차로, 7일 이내로 원심법원에 제출하게 돼있다./연합뉴스
`秋-尹 극한 대립' 소강 국면서 또 다시 긴장감 고조징계위 개최까지 6일 남아…여권, `출구전략' 모색 주목문재인 대통령의 `개입'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대립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윤 총장 측의 헌법소원 제기와 원전 수사가 변수로 떠오르며 또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다만 일각에서 그동안 윤 총장 징계를 위한 속도전에 나섰던 법무부가 신중 모드로 방향을 전환한 데다 여권 내부에서 `출구전략'을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헌법소원으로 반격 나선 윤석열징계위 개최까지 남은 기간은 6일. 시간이 충분한 만큼 청와대와 여권에서 정치적 해법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지만 당장 뚜렷한 묘수는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이 같은 상황에서 윤 총장 측은 4일 장관이 과반수 징계위원을 지명·추천할 수 있도록 한 검사징계법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아울러 헌재 결정 전까지 징계위 개최를 열지 못하도록 해달라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윤 총장 측의 헌법소원 제기는 법무부가 징계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데 대한 `맞불' 대응으로 해석된다.그동안 윤 총장 측은 방어권 보장을 위해 법무부 측에 ▲ 감찰기록 열람·등사 ▲ 징계 청구 결재문서 ▲ 징계위원 명단의 정보 공개 등 3가지를 요청했다.법무부는 전날 감찰기록 사본을 넘겨줬지만, 징계 청구 결재문서와 징계위원 명단 공개 요구는 응하지 않고 있다.현재로서는 헌재가 효력정지 가처분을 수용할지 예단할 수 없다.사안에 따라 본안 사건 전에 판단을 내리거나 혹은 함께 결정할 수 있다.이와 관련,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이날 윤 총장 측의 헌법소원 제기와 관련한 메신저 대화에서 "악수(惡手)인 것 같다"고 밝혔다.◇ 월성 원전 관련 영장심사도 `변수'윤 총장이 복귀하자마자 구속영장 청구를 승인하면서 가속도가 붙은 월성 원전 수사도 징계위의 향배에 변수로 꼽힌다.대전지법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원전 자료를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에 대한 구속심사를 진행하고 있다.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윤 총장이 강조해왔던 `살아 있는 권력 수사'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켜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검찰 수사도 당시 백운규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 `윗선'을 향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영장이 기각되면 검찰의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과 함께 직무복귀 직후 원전 사건 수사를 직접 지휘한 윤 총장에게 적잖은 타격이 될 수도 있다.특히 원전 폐쇄는 정책적 판단이라며 검찰 수사에 강하게 반발해온 여권을 자극해 원전 수사 자체의 동력이 급속히 약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징계위 개최 전 `출구전략' 모색 관측도법조계 안팎에서는 법무부가 징계위 개최를 또다시 연기하자 `윤석열 중징계' 방침에 미세 조정이 있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문 대통령이 전날 징계위 운영에서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강조하기 전까지만 해도 법무부는 징계위 개최에 절차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하지만 법무부는 문 대통령의 지시가 나온 지 1시간 반 만에 징계위를 연기하는 한편 윤 총장 측이 요구한 증인신문을 허용하고 감찰기록도 일부 제공했다.이 같은 방향 선회를 놓고 `속도조절'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청와대가 윤 총장의 중징계를 예단하지 말라고 강조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전하며 "현재 징계위가 어떤 결론을 미리 내려놓은 것처럼 예단하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예단하지 말고 차분히 지켜봐주기를 당부한다"고 했다.그러면서 "대통령은 징계 절차에 가이드라인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징계위가 열리는 동안 가이드라인은 없다는 입장은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이 차관도 전날 임기를 시작하면서 "가장 기본인 절차적 정의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며 "결과를 예단하지 말고 지켜봐 달라"고 강조했다.이는 징계위를 예정대로 열지만 징계위 논의에 따라 징계 수위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뉘앙스로 해석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