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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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회비 꼭 내야 되는 거 아닙니다.” “개인정보를 이렇게 무단으로 활용해도 되나요.”

대한적십자사의 회비 모금이 시작되면서 ‘지로 통지서’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인도주의 활동을 지원하는 국민성금이니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공과금 고지서를 가장해 기부를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나온다.

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적십자사는 매년 12월 만 25세 이상 75세 이하 세대주에게 지로 통지서를 보낸다. 주소와 이름이 적혀 있는 데다 지로 통지서 양식이 공과금 고지서와 비슷해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세금의 일종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지로 모금 방식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적십자사에 따르면 올해 지로 통지서를 제작하고 우편으로 발송하는 데 들어간 비용만 37억원에 달한다. 최근 몇 년 새 벌어진 비리로 적십자사의 신뢰가 하락한 것도 모금 활동에 대한 반발이 커지는 이유 중 하나다. 적십자사는 최근 5년간 성 비위와 공금 횡령, 금품 수수 등 191건의 비위 행위가 발생했다. 적십자사는 올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이 헌혈한 혈액을 제약사에 원가 이하의 헐값에 판매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적십자사가 행안부에 시민들의 주소 등 개인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인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법률 8조는 회비 모금을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자료 제공을 요청할 수 있고, 국가와 지자체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개인정보에 대한 국민들 민감도가 많이 높아진 상황을 고려해 보건복지부에 해당 법령 개정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