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에 출근하는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정지’ 명령에 반발해 행정법원에 제기한 효력 집행정지 신청이 1일 인용되자마자 오후 5시께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후 5시에 출근하는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정지’ 명령에 반발해 행정법원에 제기한 효력 집행정지 신청이 1일 인용되자마자 오후 5시께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1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하라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명령에 대해 효력을 임시로 중단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윤 총장은 판결 직후 대검찰청으로 출근했다.

주로 외부 인사로 구성된 법무부 감찰위원회도 이날 회의를 열어 “윤 총장에 대한 추 장관의 직무집행정지, 징계청구, 수사의뢰 처분은 모두 부당하다”고 결론을 냈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르면 2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윤 총장 해임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조미연)는 이날 윤 총장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판결 후 30일간은 윤 총장의 직무를 정지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감찰위원회도 “법무부가 윤 총장에게 징계 사유를 알리지 않고, 소명 기회도 부여하지 않는 등 관련 절차에 ‘중대한 흠결’이 있다”며 만장일치로 추 장관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감찰위 논의 결과는 권고사항으로 구속력은 없다.

청와대는 추 장관이 이날 국무회의 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윤 총장 징계 건 등 현안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동반 사퇴 등은 논의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법원·감찰위 尹 손 들어줘
감찰위 "절차에 중대한 흠결…윤석열 직무배제는 부적절"

윤석열, 법원 판결 후 바로 복귀했지만…秋, 해임 밀어붙일 듯
행정법원이 1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정지’ 명령에 반발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 대해 이날 인용 결정을 내렸다. 법무부 감찰위원회도 추 장관이 윤 총장에게 내린 직무집행정지 명령과 징계 청구 절차 등에 ‘중대한 흠결’이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도 감찰위도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줬지만 추 장관은 꿈쩍도 안하는 분위기다. 윤 총장을 찍어내기 위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절차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르면 2일 열리는 법무부의 검사 징계위원회에선 윤 총장에게 해임 등 중징계가 내려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윤 총장 측 이완규 변호사는 이날 열린 감찰위에 특별변호인 자격으로 출석해 이번 조치의 부당함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감찰조사 개시 및 진행, 징계청구, 직무정지 명령 등 모든 과정에서 법적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감찰조사의 대상과 범위가 사전에 고지되지 않고 변명의 기회도 없었다”며 “감찰과정에서 감찰권자인 (류혁) 법무부 감찰관이 배제됐으며, 직무정지 과정에선 결재권자인 (심우정) 기획조정실장이 ‘패싱’됐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이 지난달 3일 중요사항 감찰 시 감찰위원회 자문을 받도록 한 강제규정(법무부 감찰규정)을 임의규정으로 기습 개정한 점도 문제 삼았다. 이 변호사는 “모든 과정에서 법령에 정한 절차를 회피하고 편법을 동원했다”며 “‘판사 사찰 문건’은 공판업무 관련 참고용 자료일 뿐, 징계사유로 기재된 혐의사실도 실체가 없다”고 강조했다.

법무부에선 류혁 감찰관과 박은정 감찰담당관이 감찰위에 출석해 반론을 폈다. 하지만 대학 교수, 변호사, 전직 언론인, 현직 검사 등으로 구성된 감찰위는 윤 총장에게 완승을 안겨줬다. 감찰위는 만장일치로 “절차의 중대한 흠결로 인해 징계청구, 직무배제, 수사의뢰 처분은 부적정하다”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조미연)도 이날 윤 총장이 지난달 25일 신청한 직무정지 효력 집행정지 사건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윤 총장은 집행정지 결정이 나오자마자 즉시 대검찰청으로 출근했다.

하지만 추 장관은 중징계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여러 차례 소명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감찰이 진행됐고, 그 결과 징계혐의가 인정돼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를 했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은 이날 징계위 일정을 변경해 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다.

검사 징계위는 윤 총장의 거취를 결정할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법무부 감찰위원회 의견이나 실익이 적은 법원의 직무정지 효력 집행정지 신청 결정과 달리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여부와 수위 등을 직접 결정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해임 등 중징계가 의결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감찰위의 권고 정도에 물러날 것 같았으면 애초에 추 장관이 직무정지 명령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징계위가 최고 징계인 해임을 의결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면 윤 총장은 총장직을 박탈당한다. 이 경우 윤 총장은 징계위의 징계처분에 대해서도 재차 효력정지 가처분과 취소소송 등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설 공산이 크다.

이날 검찰 내부에선 추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장진영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 검사는 검찰 내부통신망(이프로스)에 “(추 장관이) 내편과 정권에 불리한 수사를 한다는 이유로 검찰총장에 대한 위법·부당한 직무배제와 징계요구를 감행했다”며 “장관님은 더 이상 진정한 검찰개혁을 추진할 자격과 능력이 없으시니, 장관직에서 단독 사퇴해 달라”고 썼다. 한편 고기영 법무부 차관은 이날 오후 서울행정법원이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효력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리자 곧바로 사의를 밝혔다.

이인혁/강영연/남정민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