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간 77명 연쇄 감염에 지역사회 패닉, 시민들 바깥출입 꺼려
사흘간 거리두기 3단계 시행…"불편해도 감염고리 확실히 끊어야"

1일 낮 충북 제천 중심가인 중앙동 문화의 거리.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이곳의 명물인 자연형 계곡수로를 보려는 시민과 관광객들이 북적였지만, 이날은 적막 그 자체였다.

[르포] 쥐 죽은 듯 조용한 거리…코로나19가 멈춰놓은 충북 제천
인적이 끊기기는 인근의 약선음식거리도 마찬가지.
평소 같으면 점심 식사행렬이 이어질 시간이지만, 이곳도 찬바람이 휑하니 지나간 거리는 썰렁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웠다.

제천 지역사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패닉'에 빠지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인구 13만명의 중소도시 제천은 그동안 대구경북과 수도권 등지서 코로나19가 확산할 때도 한 발짝 물러앉아 있었다.

해외나 타지역에서 유입돼 진단검사를 받고 '양성' 판정을 받은 사례가 4건 있었지만, 지역 내 환자 발생이 없어 시민들의 불안감도 그만큼 덜했다.

'제천은 코로나 청정지역'이라는 말이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르포] 쥐 죽은 듯 조용한 거리…코로나19가 멈춰놓은 충북 제천
그러나 지난달 25일 지역내 첫 감염 환자가 발생하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일가친척이 마주한 김장모임에서 비롯된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꼬리에 꼬리 무는 연쇄 감염이 이뤄지면서 순식간에 확진자가 속출했다.

1주일간 77명이 무더기 확진되면서 지역사회의 정상적인 기능은 마비됐다.

시의원과 의회 사무국 간부 1명이 양성 판정을 받아 병원에 입원하고, 이들을 접촉한 시의원들이 줄줄이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의회는 '셧다운' 됐다.

확진자와 접촉했거나 동선이 겹친 시청 공무원 170여명도 검사받았다.

[르포] 쥐 죽은 듯 조용한 거리…코로나19가 멈춰놓은 충북 제천
각급 학교 학생 6명과 교직원 3명도 감염돼 이 지역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특수 1곳 포함) 78곳이 서둘러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확진자가 나왔거나 다녀간 일부 복지시설은 코호트격리가 진행 중이다.

시민들은 하루 10여명씩 무더기 확진을 알리는 재난문자가 이어지면서 '멘붕'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극도의 공포감 속에 꼭 필요한 일 아니면 바깥출입조차 삼가는 분위기다.

밤이면 도시 전체가 암흑천지로 변하고, 심지어 낮에 문을 닫은 식당도 많아졌다.

대낮인데도 주택가는 물론 상가 밀접지역도 쥐 죽은 듯 적막하다.

[르포] 쥐 죽은 듯 조용한 거리…코로나19가 멈춰놓은 충북 제천

전문직에 종사자인 이모(55)씨는 "어제 점심을 먹기 위해 사무실을 나섰는데 가는 식당마다 문을 닫아 40분 만에 6번째 들어간 식당에서 간신히 끼니를 해결했다"며 "워낙 불안 심리가 팽배해 있다 보니 생계임에도 일시 휴업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천남동에서 보리밥집을 운영하는 A(57)씨는 "손님은 간헐적으로 오지만 지난달 28일부터 아예 문을 닫았다"며 "고강도 방역을 통해 지역 내 코로나19를 종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셔터를 내리고 영업을 중단 상점도 늘고 있다.

'잠시 멈춤'에 동참한 식당이 많다 보니 코로나19 대응 업무에 분주한 시청 공무원들은 배달 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하기도 한다.

[르포] 쥐 죽은 듯 조용한 거리…코로나19가 멈춰놓은 충북 제천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장모(50)씨도 선제적으로 지난달 30일부터 휴원 중이다.

장 씨는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결정이었다"며 "어머님들에게는 아이들이 외출하지 말도록 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고 말했다.

제천시는 이날 0시를 기해 중점관리시설과 다중집합시설에 대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적용하고 있다.

민간·공공을 불문하고 10인 이상 모이는 모임과 행사가 금지되고, 유흥시설, 방문판매, 노래연습장 등의 중점관리시설도 모두 문을 닫았다.

목욕탕, 영화관, PC방, 오락실, 당구장, 탁구장, 헬스장 등 실내 체육시설, 학원 및 교습소, 독서실, 이·미용실 등 1천28개 다중이용시설 운영도 중단됐다.

비록 사흘간으로 정해놨지만, 제천시는 이 기간 도시기능을 멈춰 감염고리를 확실히 끊겠다는 구상이다.

[르포] 쥐 죽은 듯 조용한 거리…코로나19가 멈춰놓은 충북 제천
이상천 시장은 "코로나19로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모두의 희생과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