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의 운명을 가를 숨가쁜 사흘이 시작됐다. 오늘(30일) 직무배제 집행정지 소송 심문을 시작으로 다음달 1일엔 윤석열 총장에 대한 감찰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2일에는 윤석열 총장 징계청구를 심의하는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연이어 열린다.

윤석열 총장의 거취가 달린 만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 조치와 징계청구 절차 등에 대한 정당성을 두고 첨예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집행정지 재판→감찰위→징계위…尹, 오늘 첫 관문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조미연)는 이날 오전 11시 윤석열 총장이 추미애 장관을 상대로 낸 집무집행정지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사건 심문기일을 진행한다. 윤석열 총장은 불출석 의사를 밝혔으며 심문은 비공개로 한다.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1심 본안 판결까지 직무집행정지 처분효력은 정지되고, 윤석열 총장은 곧바로 직무에 복귀한다. 이렇게 되면 추미애 장관의 밀어붙이기식 행보에 대한 비판 여론이 큰 상황에서 직무배제 조치가 부당하다는 논리에 힘이 실린다. 중징계가 예상되는 법무부 징계위원회를 압박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직무정지는 징계 청구에 수반된 임시 조치다. 직무정지 집행 중단이 되더라도 징계가 내려지기 전까지 며칠만 효력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틀 뒤 열리는 징계위에서 정직이나 면직·해임 등 중징계를 내리면 윤석열 총장은 다시 총장 직을 잃고 상황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만약 오늘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할 경우 윤석열 총장의 입지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남은 임기 직무수행을 이어갈 수 없게 될 뿐 아니라 중징계 여부 결정에서 윤석열 총장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직무배제에 대한 집행정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다음달 2일 징계위원회 전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집행정지 사건의 특성상 결론이 빠르게 나오는 데다, 징계위에서 징계 수위가 결정된다면 사실상 집행정지 결정이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집회·시위와 관련한 집행정지 사건을 보면 심문기일 후 1~2일 안에 결론이 나오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번에도 심문 당일이나 다음날 결과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재판부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을 오래 들고 있을수록 부담이 크다. 징계위원회 때까지 결론을 내지 못할 경우 법원이 중요 사건에 관해 판단을 피했다는 비판을 받을 여지도 남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집행정지 사건이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 간 공방의 전초전 격이라 본안 소송만큼 깊이 있는 심리가 이뤄지다 보면 결론이 늦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양측의 답변·해명이 불충분할 경우 법원이 석명을 요구할 수도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과 언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과 언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음달 1일 열릴 예정인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자문도 핵심 변수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 감찰위의 의견은 권고 사항일 뿐, 징계위 결정을 구속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감찰위가 윤석열 총장의 징계 근거로 제시된 감찰 내용에 관해 부정적 의견을 제시하거나 중징계 방침에 반대 의견을 내면 역시 징계위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감찰위가 이달 초 법무부의 감찰위 자문 관련 규정을 의무 규정에서 임의 규정으로 바꾼 것을 놓고서도 공식 문제 제기할 여지도 있다. 일부 감찰위원들은 최근 '감찰위 패싱' 논란이 일자 "검사징계위 개최 전 감찰위를 열어달라"며 법무부에 소집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尹, 법원에 추가 의견서…"징계 절차 문제 있어" 주장

윤석열 총장 측은 전날 감찰과 징계청구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절차적인 문제점이 있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법원에 추가로 제출했다.

감찰 조사과정에서 문제점이나 징계청구에 이르기까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의견서에는 추미애 장관이 최근 중요사항 감찰에 대해 외부인사가 포함된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받도록 강제하는 '법무부 감찰규정'을 선택사항으로 개정한 것이 상위 법령인 행정절차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추미애 장관은 3일 법무부 감찰규정 제4조를 '중요사항 감찰에 대해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받을 수 있다'라고 개정했다. 기존 법무부 감찰규정 4조는 '중요사항 감찰에 대하여는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받아야 한다'고 되어 있었으나, 법무부는 감찰위원들에게도 개정 여부를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절차법 46조는 '행정청은 정책, 제도 및 계획을 수립·시행하거나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이를 예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20일 이상의 예고기간을 두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별한 사정이 발생하는 등 긴급한 사유로 예고가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예고하지 않을 수 있으나, 윤석열 총장 측은 이번 감찰규정 개정이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봤다.

개정 당시에도 윤석열 총장에 대한 감찰을 더욱 쉽게 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만 법무부 측은 "대검에서 2018년부터 건의가 있었던 내용"이라며 "(감찰을 받는) 당사자가 대검 감찰위원회와 법무부 감찰위원회를 수차례 거쳐야 하는 부담 등을 고려해 필수로 하지 말고 생략할 수 있게 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총장 측은 보충의견서를 통해 사찰 논란이 불거진 ‘재판부 문건’에 대해서도 검찰의 소송전략이었음을 거듭 강조할 방침. 윤석열 총장을 대리하는 이완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이날 "재판부 사찰 문제가 갑자기 떠오르면서 쟁점화된 만큼 그에 대한 보충설명도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 문건의 경우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와 공소유지를 담당하고 있는 단성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가 직접 나서 다른 부서에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한 데다, 전날 법무부 감찰담당관실 소속 내부 폭로까지 나와 파장을 낳고 있다.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서 파견근무를 하고 있는 이정화 검사는 전날 이프로스를 통해 윤 총장을 상대로 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수사의뢰와 관련해 직권남용 방해 성립이 어렵다는 결론을 냈으나 삭제됐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다만 법무부는 보고서의 일부가 누군가에 의해 삭제된 사실이 없고,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을 지시하고 감독 책임을 지는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사유로 볼 수 있다는 점은 이견이 없었다고 즉각 반박했다. 또 확보된 재판부 성향분석 문건 외에도 유사한 판사 사찰 문건이 더 있을 수 있어 신속한 강제 수사의 필요성이 있어 수사의뢰를 했다고 설명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